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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도 근로자?”…판결 후폭풍에 업계 ‘선 긋기’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7.10 07:01
수정 2026.07.10 07:01

서울고법, 배달대행사 라이더 근로자성 인정

노동계 "최저임금·기본법 논의 재개해야"

업계 "주요 배달 플랫폼 운영 구조와 차이"

ⓒ 게티이미지뱅크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판단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배달업계는 이번 판결이 중소 배달대행사의 개별 사례에 대한 판단이라며 일반적인 배달 플랫폼 라이더에게까지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38-1부는 지난 3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A씨가 배달대행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1년 5월부터 배달앱 라이더로 일해 온 A씨는 같은 해 12월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 사유가 없었고, 해고에 필요한 서면 통지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달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해고 절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의 결론은 달랐다. 재판부는 계약 형식이 아닌 실제 근무 형태와 회사의 지휘·감독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회사가 제공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배달 업무를 수행했고, 업무 방식과 보수 체계 역시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운영됐다고 봤다. 아울러 업무 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이뤄졌다는 점도 근로자성을 인정한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판결문을 보면 해당 배달대행사는 일반적인 주문 중개 수준을 넘어 라이더를 직접 관리했다.


라이더와 사전에 근무시간과 휴무일을 협의했고, 관리자 프로그램으로 출퇴근과 휴식 상황을 확인했다. 조퇴나 휴가를 사용할 경우 사유를 보고하도록 했으며, 장기간 출근하지 않으면 업무 지속 의사를 확인한 뒤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관리 방식도 구체적이었다. 회사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배차 지침과 출근 독려, 수수료 및 페널티 공지, 특정 가맹점 배차 요청, 복장 규정 등을 전달했다.


반바지와 슬리퍼 착용 금지, 문신 노출 자제 등의 지침을 공지하고 위반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으며, 배차 취소 시 최대 1500원의 페널티도 운영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계는 플랫폼 기업의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근 무산된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논의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플랫폼 노동 현실을 반영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권리가 여전히 개별 소송을 통해서만 인정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동자 추정제도 도입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플랫폼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등을 정부·여당에 촉구했다.


노동자 추정제도는 우선 일정 요건을 충족한 노무 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이후에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권과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플랫폼 종사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등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포괄하자는 취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역시 "이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플랫폼을 통해 노동한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 연차, 퇴직금 등 각종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면탈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짚었다.


이어 "플랫폼사는 판결 취지에 맞게 노동법상 권리 보장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배달 플랫폼 업계는 이번 판결을 주요 배달 플랫폼 전반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이번 사건의 피고가 서울과 경기·인천 등에 지점을 두고 라이더들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해 직접 관리해온 중소 배달대행사라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정직원 라이더를 모집한 이력도 있는 만큼 현재 주요 플랫폼의 운영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플랫폼은 주문과 배차를 중개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이용 라이더는 근무와 휴게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들어오는 배달 콜 역시 자율적으로 수락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주문을 거부했다고 해서 원칙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라이더의 근무시간과 장소를 회사가 구체적으로 정하고, 단체대화방을 통해 배차 지시와 복장 규정, 페널티까지 운영한 중소 배달대행사의 개별 사례"라며 "이 같은 관리·감독 구조가 없는 다른 배달대행사나 주요 플랫폼까지 동일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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