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Non-GMO' 쓰고 있는데"…식품업계, 완전표시제 시행 앞두고 '전전긍긍'
입력 2026.07.10 07:28
수정 2026.07.10 07:28
정부, 'GMO 완전표시제' 연말부터 시행
간장류부터 적용…GMO '사용여부' 기준
"표기 여부따라 '제2의 MSG' 현상 우려"
식약처 "업계 우려 인지…조율해 갈 것"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간장을 구매하고 있다.ⓒ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올해 연말 간장류부터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를 적용키로 하면서 식품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장류 업체 다수가 이미 'Non-GMO'(비유전자변형) 원료를 사용 중임에도, '비의도적 혼입' 가능성을 배제한 정부 기준 탓에 소비자들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간장 ▲당류 ▲식용유지류를 GMO 표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오는 12월 31일 간장류 품목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번 개정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GMO 원료 사용 여부'다.
기존에는 안전성 심사를 거쳐 승인된 유전자변형 대두나 옥수수 등을 원재료로 사용했더라도, 제조·가공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이 검출 된 경우에만 GMO 표시를 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자변형 성분이나 단백질이 최종 검출 결과에서 발견되지 않은 제품이라도,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표시 의무가 일률 적용된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GMO 완전표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업계와 소비자, 학계 등으로 구성된 GMO 표시강화 실무협의회와 식품위생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표시 대상과 시행 시기를 확정한 바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모습.ⓒ뉴시스
업계의 우려는 완전표시제 확대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GMO 사용 여부에 따라 주표시면에 '유전자변형식품' '유전자변형 ○○ 포함 식품'을 표시해 소비자들이 제품 성분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글씨 크기도 일반 표시 사항보다 큰 12포인트 이상이어야 한다.
GMO는 이미 국제적 안전성이 검증된 품목에 대해서만 상업화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해성 심사를 거쳐 수입·유통된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GMO 표기 만을 놓고 안전성과 연결하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확산할 경우 '제2의 MSG 기피현상'이 초래 될 수 있다"며 "최종 검출에서 유전자변형 성분이 남아 있지 않아도 '유전자변형 포함식품'으로 표기되면 시장 혼선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간장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업계의 또 다른 고민은 국내 장류 업체 상당수가 이미 기존 원료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싼 'Non-GMO'(비유전자변형식품) 원료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새 기준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Non-GMO 원료는 공급량 자체가 제한적인데다, 가격도 GMO 대비 20~7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제품의 재배·수확·운송·보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의도적 혼입' 가능성을 배제한 '불검출 0%' 기준을 Non-GMO 표기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제조 초기 유전자변형 원료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비의도적 혼입으로 발생 가능한 검출 결과 탓에 'Non-GMO' 표기 자체를 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류를 취급하는 업체 상당수는 B2C 제품에 100% Non-GMO 대두 원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문제는 생산 단계부터 Non-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비의도적 혼입으로 성분이 검출될 경우 GMO 표시를 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도 최종 제품에서 미량의 GMO 성분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GMO 사용' 표시가 붙을 경우 소비자 불신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원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도 업계의 몫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간장류·식용유지류·당류에 대한 GMO 원료를 Non-GMO로 교체시, 원재료값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며 "수입 원료의 경우 증명서와 시험성적서 등 확보 및 검증을 위한 업무 및 비용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간장과 식용유, 당류처럼 고도 정제 원료가 폭넓게 활용되는 품목의 경우, 표시 의무가 2·3차 가공식품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는 적용 대상과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데일리안DB
정부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계의 관련 우려는 정부에서도 인지 중인 사안"이라며 "향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개정할 부분이 있다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GMO는 안전성 심사를 거쳐 승인된 제품으로 이번 개정안과는 별개라는 점"이라며 "식약처에서도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오해나 잘못된 정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와 안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