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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은 악재?…에코프로비엠 1.2조, 왜 대주주가 44% 넣나 [K배터리 원가전쟁①]

정진주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이소영 기자
입력 2026.07.13 06:00
수정 2026.07.13 09:34

1조2000억원 전액 채무상환 아닌 사업 투자에 투입

조달금 64%는 인도네시아 BNSI 니켈 제련소 지분 취득

대주주 에코프로 5292억원 청약…최대 120% 참여로 책임경영

2027년 가동 목표·연평균 매출 2조5000억원 추산, 원가 경쟁력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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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장 마감 후 나온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공시에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이후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주주 게시판이 들끓었고, 소액주주 플랫폼에는 금융감독원 중점심사를 요청하는 탄원 설문까지 올라왔다.


유증은 곧 악재. 시장의 오랜 반응이다. 새로 찍어내는 주식만큼 기존 주주의 몫이 줄어드는 데다, 그 돈이 언제 성과로 돌아올지는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유증과 마주하게 된 주주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금 팔아야 하나, 더 사야 하나, 10월 청약은 어떻게 하나. 이 판단을 제대로 내리려면 유증의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조달자금의 사용처, 발행 방식, 최대주주의 참여 여부 등 여러가지를 면밀히 들여다 봐야 내 주식 가치를 갉아먹는 유증인지, 키우는 유증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유증을 두고 주주들이 품을 만한 의문과 우려를 공시와 증권신고서를 토대로 하나씩 짚어봤다.


유증은 무조건 악재다?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 개요 및 주요 일정. ⓒ에코프로비엠 IR자료 캡처

유증이 악재로 읽히는 대표적 경우는 조달금이 채무상환에 쓰일 때다. 새로 발행한 주식으로 모은 돈을 빚 갚는 데 쓰면 회사의 수익 창출력은 그대로인데 주식 수만 늘어난다. 기존 주주는 지분 가치 희석을 감수하지만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크지 않다.


반대로 조달금이 새 공장 증설이나 원료 확보 같은 사업 확장에 투입되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당장은 주식 수 증가로 희석 부담이 생기지만 향후 매출과 이익을 늘릴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이번 유증은 어느 쪽일까. 에코프로비엠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채무상환에 배정된 몫은 0원으로, 1조2000억원 전액이 사업에 투입된다.


인도네시아 BNSI 니켈 제련소 지분 취득 7650억원(64%), 헝가리 법인 양산 운영자금·잔여 투자비 1500억원(13%), 국내 생산시설 개조·차세대 소재 개발 1500억원(13%),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 1350억원(11%)이다. 즉, 기존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어적 유증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말이다.


특히 조달금의 60% 이상이 니켈 제련소 지분 확보에 쏠려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수 있다. 니켈은 에코프로비엠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외부에서 사오던 니켈을 제련소 지분을 통해 직접 확보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이는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나머지 자금이 투입되는 헝가리 공장과 국내 설비 역시 매출을 늘릴 생산능력에 해당한다.


결국, 곁가지 사업이 아니라 핵심 사업을 키우는 데 자금이 쓰인다는 점에서 이번 유증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유형에 속한다.


자금 집행도 올 4분기부터 내년까지로 잡혀 있고 제련소 가동 목표가 2027년 2분기다. 해외 자원·제련 투자가 통상 3~5년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자금을 넣고 성과를 확인하기까지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대출도 있고 회사채도 있는데 왜 하필 유증인가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 자금 사용 계획. ⓒ에코프로비엠 IR자료 캡처

기업이 외부에서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는 차입,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채, 그리고 새 주식을 찍어 파는 유상증자다. 이 가운데 차입과 회사채는 갚아야 할 빚이고 유상증자는 갚을 필요 없는 자본이다.


이 중 에코프로비엠이 유상증자를 우선 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시기다. BNSI 제련소 가동 목표가 2027년 2분기로 정해져 있어 그 일정에 맞추려면 대규모 자금을 한꺼번에 확보해야 한다. 수천억원대 자금을 한 번에 마련하는 데는 대출이나 회사채를 여러 차례 나눠 일으키는 것보다 유상증자가 효율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재무 여력이다. 1분기 말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부채비율은 147%로, 이미 진 빚만 2조원대다. 1조2000억원을 전액 차입이나 회사채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부채비율은 200%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


고금리 국면에서 차입이나 메자닌을 활용했다면 매년 금융비용 또는 향후 전환 물량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내년부터 가동될 프로젝트의 이익 일부가 이자비용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상증자는 지분 희석을 피할 수 없지만 상환해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없는 만큼 회사는 투자 효과가 금융비용으로 희석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차입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다. 회사는 IR 설명자료에서 유상증자와 차입, 내부 현금 창출을 함께 검토하되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미만 떠안나…대주주는 44% 짊어진다


에코프로비엠 주주가치 제고 전략. ⓒ에코프로비엠 IR자료 캡처

새로 발행되는 주식이 기존 물량의 10.1%에 이르고 할인율도 20%가 적용된다.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부담은 누가 나눠 지게 될까.


가장 큰 돈을 넣는 쪽은 최대주주인 에코프로다. 에코프로는 배정물량 363만8443주 전량을 청약하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 120%인 436만6131주까지 초과청약하기로 했다. 예정 발행가 기준 5292억원, 전체 증자대금의 44%다.


에코프로는 추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없이 보유 현금으로 청약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의 3월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7115억원으로, 초과청약까지 가정한 예정 청약금액 5292억원을 웃돈다.


대주주가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돈을 넣을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대주주가 실제로 돈을 넣을 여력이 있다는 점은 청약 계획의 신뢰도를 높인다. 실권주가 나오더라도 대주주가 일부를 받아줄 수 있어 유증 진행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에코프로가 배정분을 넘어 최대 120%까지 청약에 나서는 것은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유증 부담을 일반주주에게만 넘기지 않겠다는 책임경영의 신호로도 읽힌다.


다만 유증 구조상 희석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약 참여 여부에 따라 주주별 지분율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초과청약분 배정 결과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율도 일부 달라질 수 있다.


iM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대주주 청약에 대해 "그룹 차원의 투자 의지와 책임경영을 보여주는 조치이며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면서도 "대주주의 청약 참여만으로 시장의 희석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기차도 안 팔리고 니켈값도 바닥인데, 왜 하필 지금이냐


에코프로비엠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 ⓒ에코프로비엠 IR자료 캡처


전기차 캐즘에 니켈·리튬 가격까지 약세를 보이는 시점에 1조원대 투자를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무리한 확장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수주 공시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이어간다는 점도 주주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현재 업황이 아니라 2027년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100만대에서 2030년 4000만대로, 연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본다. 특히 유럽은 같은 기간 연평균 17%로 가장 빠르게 커지며 수요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의 수요 둔화가 장기 침체로 굳어지기보다 2027년 이후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선다는 판단이다.


시점을 그때로 잡은 데는 유럽의 규제도 작용한다. 영국·EU 무역협력협정(TCA)에 따라 2027년부터 전기차·배터리의 원산지 요건이 강화되고 핵심원자재법(CRMA) 역시 역내 가공과 공급망 안정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다. 유럽에 파는 배터리 소재일수록 '어디서 만들고 어디서 원료를 조달했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에코프로비엠의 생산 일정도 이 시점에 맞춰져 있다. 인도네시아 BNSI 제련소의 가동 목표는 2027년 2분기다. 시장이 되살아나고 유럽 규제가 본격화하는 때에 맞춰 물량을 공급하려면 착공과 자금 투입은 지금부터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헝가리 공장은 이미 유럽 공급이 시작된 거점이다. 지난 5월 첫 라인을 돌리기 시작해 6월 유럽 완성차 업체에 하이니켈 NCA 양극재를 처음 출하했고 오는 9월 라인을 하나 더해 2개 라인 체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성과가 없는 곳에 돈을 붓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돌아가는 사업과 곧 가동될 사업에 자금을 넣는 셈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신규 고객사들과의 논의가 확대되고 있어 필요시 2공장 증설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니켈 저가 국면이 길어질 경우 투자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는다.


1.5조 짜리 인도네시아 제련소, 정말 돈 될까


에코프로비엠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투자 및 오프테이크 확보 계획. ⓒ에코프로비엠 IR자료 캡처

투자 대상인 BNSI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IGIP 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니켈 제련소다.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기업 PT발레인도네시아(30%), 중국 거린메이(GEM·21%), 글로벌 펀드(10%)와의 합작 프로젝트로, 에코프로 측이 지분 39%를 확보한 대주주로 참여한다.


BNSI는 아직 가동 전이지만 막연한 장기 구상에 머물러 있는 사업은 아니다. 생산능력은 당초 계획(연 6만6000t)에서 9만t으로 확대됐다. 전기차 약 200만대에 들어갈 수 있는 분량으로,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량(약 170만대)을 웃돈다. 그룹 투자비는 약 1조5000억원이며 회사는 BNSI 매출이 향후 연평균 2조50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 배경은 원가 경쟁력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원가의 절반 이상을 니켈이 차지한다.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니켈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현지 제련소 지분과 오프테이크 물량을 확보하면 원료 조달 안정성과 원가 절감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오프테이크는 생산 물량 중 일정 물량을 우선 사올 수 있는 장기구매계약을 뜻한다.


에코프로는 앞서 1단계 IMIP 투자로 제련소 4곳에서 연 2만9000t의 니켈 오프테이크 물량을 확보했다. BNSI가 더해지면 에코프로 측 니켈 수급권은 총 6만5000t 수준으로 늘어난다. BNSI 생산능력 9만t의 약 40%에 해당하는 3만6000t을 추가로 확보하는 구조다.


BNSI 투자가 에코프로비엠 주주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그룹이 니켈 제련소를 확보한다는 데 있지 않다. 에코프로 측 지분 39% 가운데 에코프로비엠 몫은 19.9%로 모회사 에코프로(19.1%)보다 크다.


에코프로비엠이 그룹 내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예정대로 BNSI를 자회사로 편입한다면 BNSI 투자 효과는 연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 동시에 오프테이크 물량을 통해 안정적인 니켈 조달권을 확보하면 하이니켈 양극재의 원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키움증권은 BNSI의 2027년 2분기 연결 편입을 전제로 "대주주 지분 인정 및 연결 편입 확정 시 2028년 이후 연간 매출액 2조1000억원, 영업이익 4250억원의 연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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