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꽃 없는 시운전실, 오차 잡는 조립라인…한화에어로 엔진의 '시험대' 가보니
입력 2026.07.07 16:09
수정 2026.07.07 16:09
한화에어로 창원1사업장 엔진 공장 방문
국내 최초 독자 개발한 항공엔진 2종 공개
시운전실·조립라인서 엔진 검증 역량 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시운전실에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이 놓여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애프터버너가 없는 엔진은 불꽃이 없는 게 정상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불꽃이 보이면 문제가 있는 거에요”
지난 6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시운전실. 진 시험 설비 앞에서 현장 관계자는 엔진 뒤쪽을 가리키며 이렇게 설명했다. 흔히 엔진이라고 하면 뒤로 불꽃을 뿜는 장면을 떠올리지만, 모든 엔진이 그런 것이 아니다. 불꽃은 에프터버너가 작동할 때 만들어진다. 항공엔진 시험은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 추력과 진동, 온도, 압력 등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창원 사업장에는 실내 7개, 실외 2개 등 모두 9개의 시운전 설비가 갖춰져 있다. 시운전 설비는 엔진을 시험대에 고정한 뒤 실제 운용 조건에 가깝게 가동해 성능과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곳이다. 이날 둘러본 엔진 시운전실은 거대한 ‘U자형’ 구조였다. 한쪽 흡입구로 공기가 들어가면 엔진 내부에서 압축과 연소 과정을 거치고, 고온의 배기가스는 뒤쪽 배출구로 빠져나간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과 경공격기 FA-50의 F404 엔진, 각종 유도 미사일에 들어가는 엔진도 이곳에서 시운전 과정을 거쳤다. 엔진의 최종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공간인 만큼 창원 사업장 내에서도 핵심 시설로 꼽힌다.
엔진은 파란색 테스트 어댑터에 고정돼 시동이 걸려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시험 중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어실로 실시간 전송된다. 현장 관계자는 “시운전은 단순 엔진이 작동하는지 보는 게 아니라 설계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말했다.
◆ 국산 엔진 2종, 시제 넘어 검증 단계로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열린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최초 공개’ 미디어 행사에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왼쪽)과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이 놓여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중앙으로 이동하자 국내 기술로 개발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각각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중고도 무인기에 적용될 장수명 항공엔진이다. 5500파운드급 터보팬 1호기는 지상 시험을 마쳤고, 2호기는 조립을 완료했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도 지난달 시제 1호기 시운전에 들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강조한 것은 ‘엔진을 만드는 능력’에 더해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항공엔진은 설계와 가공, 조립, 시험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 수천 시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장수명 엔진은 단순히 한 번 작동하는 수준을 넘어 반복 운용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 “빨간불 뜨면 공정 멈춘다”…품질은 시스템으로 관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이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립 공장에서는 품질 관리가 공정 단위로 이뤄지고 있었다. 작업대 옆엔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작업자는 화면에 표시된 절차에 따라 부품을 조립했다. 디지털 토크렌치는 체결 값을 자동으로 기록했다. 기준 값에 맞으면 초록불, 벗어나면 빨간불이 표시된다. 빨간불이 뜨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
현장 관계자는 “30개 공정 중 하나라도 기준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멈춘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숙련도에만 기대지 않고 시스템으로 실수를 막는 구조다.
공장 한쪽의 자동화 물류 창고에서는 엔진 자재의 입고와 출고, 보관 위치가 실시간으로 관리됐다. 항공엔진은 자동차처럼 같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과 다르다. 엔진별 사양과 부품 구성이 달라 다품종 소량생산에 가깝다. 필요한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전체 조립 일정도 흔들릴 수 있다.
◆ 마이크로미터 단위 정밀도…국산화는 아직 ‘진행형’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이 자동화 설비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가공 공장에서는 항공엔진 제조 난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엔진 부품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온도 변화만으로도 치수가 달라질 수 있어 공장 내부 온도도 일정하게 관리된다. 작업자가 설비를 세팅하면 이후 자동화 장비와 로봇이 부품을 가공하고 공구를 교체했다. 절삭 과정에서 나오는 칩도 하부 컨베이어를 통해 자동 배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같은 조립·가공·시험 인프라를 기반으로 무인기용 장수명 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해외 엔진을 들여와 생산하거나 정비하는 역할이 컸다면, 이제는 직접 설계하고 시험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국산 항공엔진 개발은 아직 진행형이다. 공개된 엔진 2종은 시제 완성과 지상시험 착수 단계다. 실제 기체 장착과 비행시험, 신뢰성 검증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정형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장은 “이곳은 KF-21, T-50 등 우리 군이 운용하는 항공기에 탑재되는 엔진은 물론 민간 항공기 부품과 누리호 엔진, 각종 미사일 추진기관까지 생산하는 곳”이라며 “항공엔진 기술의 독립은 자주국방의 핵심으로 타국의 제재나 허가 없이도 방산 수출 시장을 넓혀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