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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에 패스트트랙까지 손 보겠단 민주당…커지는 '입법 독주' 논란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07.03 05:00
수정 2026.07.03 05:00

李대통령 "국정과제 입법 속도내달라" 주문에

민주당, '국회법 개정'으로 '입법 속도전' 예고

국힘 "소수 정당 저항 수단 모두 사라져" 우려

서영교, 법사위 전체회의 열며 국회 독주 시동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후반기 국회에서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등 국회 운영 제도 전반을 손 보겠다고 밝히면서 '입법 독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이 소수당의 견제 장치로 기능해온 국회 제도까지 손질하겠다고 나서자 국민의힘은 "국회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민생 법안이 반복적인 지연 전술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며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단 입장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입법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야당의 발목 잡기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오직 국익과 민생,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기준으로 삼아 국민께 성과로 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 만찬에서 이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국정과제 관련 입법안 처리에 더욱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한 것에 대해 화답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당부를 현실화하기 위해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제도를 손보겠단 입장이다. 앞서 한 직무대행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신청 및 유지 기준을 강화해 민생 법안조차 정쟁의 인질로 삼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허울뿐인 패스트트랙도 손보겠다. 현행 최대 330일은 제21대 국회 가결 법률안 평균 심사 기간보다 길다. 말 그대로 빠른 법안 심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강행할 법안으로는 먼저 '필리버스터 중단법'(국회법 개정안)이 꼽히고 있다. 현행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시작된다. 종료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필리버스터 진행 중 본회의 출석 의원 수가 재적 의원 5분의 1(60명) 미만으로 줄어들 경우 토론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패스트트랙 제도도 개편 대상이다. 현행 제도는 안건 지정 이후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의 심사 기간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절차가 국정과제 추진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고 보고 기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안 심사를 지연하거나 의사진행을 거부할 경우 해당 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지난 4월 발의한 바 있다.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다수당의 입법 속도는 빨라지는 반면 야당의 제도적 견제 수단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반기 법사위원장에 검찰개혁 강경파로 분류되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선임된 것도 이러한 입법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구상을 사실상 '입법 독주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금은 법사위원장과 입법 독재를 위한 상임위원장 자리들을 움켜쥐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그보다 훨씬 큰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회가 반복적인 필리버스터와 절차 지연으로 민생 입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수당이 책임 있게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지연 전술을 차단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회법 개정 논의가 향후 민주당의 입법 전략과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개혁 입법을 비롯해 방송 관련 법안, 노동·경제 분야 주요 법안 등 정부 핵심 국정과제가 줄줄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입법 속도를 높일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후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것은 개별 법안 처리에 그치지 않고 국회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며 "다수당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하겠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견제권이 축소되는 만큼 입법 독주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본인들이 추구하는 법안 등에 대한 걸림돌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주의는 효율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상대를 설득도 하고 양보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게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라고 말하는데 (민주주의 국회라면) 과정에 충실한 국회가 돼야 한다. 일하는 국회란 얘기만 하면 민주적 가치는 어긋난다"며 "민주당의 의도대로 국회법이 개정되면 야권을 비롯해 소수정당들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열고 간사 선임과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더 국민의 요구에 충실한 검찰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 등 계류 중인 주요 법안들을 충실히 심사하고 본회의에 계류 중인 법안들도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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