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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혼자선 못 큰다"…제주 몰린 K-제약바이오 700곳

제주 =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7.02 18:43
수정 2026.07.02 18:54

자금 가뭄 속 '협력'에서 활로 찾는 제약바이오

수요자·공급자·CRO "오픈이노가 생존 열쇠"

2일 제주 서귀포시 휘닉스 아일랜드 B동 곳곳은 국내외 제약 바이오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2일 제주 서귀포시 휘닉스 아일랜드 B동 곳곳은 국내외 제약 바이오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국내 대표 파트너링 프로그램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투자포럼'이 이들을 이곳으로 모았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주관하는 인터비즈도 올해로 24회째다. 이제 제약 바이오 실무자들은 상반기를 마무리할 때 즈음이면 인터비즈를 떠올린다. 업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꾸준히 소통의 장을 열었다. 덕분에 이제는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도 인터비즈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참석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바이오텍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사전에 공개되는 참여 기업 명단을 보고 관심이 가는 바이오텍에 미팅을 요청한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거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빠듯하게 비즈니스 미팅을 다닌다. 기업 1곳당 미팅 시간은 30분으로 고정돼 있다. 정부 과제를 따내기 위한 발표도 지원 규모에 따라 20분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넉넉하다.


여기서 만난 한 제약사 임원은 손때 묻은 A4 용지를 펼쳐 보여줬다. 행사 기간 동안 만날 바이오텍과 각각의 핵심 기술을 정리한 요약본이었다. 진심인 건 바이오텍뿐만이 아니다. 최근 제약 바이오 업계의 판도는 신약 개발이다. 정부 역시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제약사에게 혜택을 주는 추세다. 좋은 원천 기술을 확보해 후기 임상을 넘어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고 싶은 건 제약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인터비즈 포럼의 화두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표적인 윈윈 전략이다. 바이오텍에 부족한 건 투자 자금뿐만이 아니다. 식약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우리나라 안팎의 규제 기관과 소통하려면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미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할지라도 규제 기관에서 깐깐하게 확인하는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는 빛을 보기 어렵다. 앞선 시행착오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을 갖추고 있는 제약사와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바이오텍들이 제약사의 '간택'을 받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자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그 기술의 유망성을 증명해야 한다.


홍성현 클리켐바이오 대표이사는 "투자사들은 단순히 '좋은 기술'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기술의 완성도와 시장성, 글로벌 확장성, 마지막으로 전략적 로드맵이 구축돼 있는지까지 확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투자 유치를 통해 기술수출(L/O)이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클리켐바이오는 차세대 ADC 플랫폼으로 불리는 '표적단백질약물접합체(tPDC)'를 개발하는 3년차 바이오텍이다. tPDC는 기존 ADC가 항체(Antibody)를 쓰는 것과 달리, 체내 단백질인 알부민을 활용해 특정 장기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설립 이후 유치한 국가 과제는 9건, 투자 규모는 66억원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우수한 기술뿐만이 아니다. 연구자의 관점을 넘어 투자사의 관점을 익힌 덕분이다.


홍 대표는 "저희 같은 작은 벤처가 독자적으로 글로벌 임상 인허가, 마케팅, 사업개발(BD) 조직을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비용도 없고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당장의 성과를 계산하는 대신 이런 네트워킹 자리에 나와 쓴소리도 듣고 컨설팅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재준 한림제약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했다. 우 CIO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못하니까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미 우리가 검토할 단계까지 올라온 기술을 채택하는 만큼 개발 비용과 실패 위험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트렌드 중 하나가 고령화인 만큼 안구 질환, 치매 치료제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2일 제주 서귀포시 휘닉스 아일랜드 B동 곳곳은 국내외 제약 바이오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한림제약은 알테오젠과 쿼드메디슨, 루다큐어 등과 잇따라 협력해 온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수요자다. 특히 쿼드메디슨과 함께 개발한 테리큐패취는 호주 임상 1상을 완료했다. 테리큐패취는 주사형 골다공증 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으로 바꾼 제품이다.


그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한 번의 거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 CIO는 "쿼드메디슨과는 시리즈A 단계에서 만나 상장까지 함께 왔다"며 "그 과정에서 공장을 짓는 등 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기술을 조기에 발굴해 긴밀하게 동행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잇는 컨설팅 기관도 있다. 드림CIS 같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다. CRO는 기술을 가진 바이오텍이 제약사와 수월하게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할 수 있게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초기 바이오텍은 최고경영자(CEO)와 핵심 연구자 몇 명으로 구성돼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백유진 드림CIS 전무는 "글로벌 빅파마, 대형 제약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 수십 명이 몇 년간 매주 머리를 맞대며 신약 개발 방향을 잡는다"며 "초기 바이오텍이 전문가 자문 없이 식약처에 서류를 넣었다가 반려되면, 자금과 시간이 부족한 기업에는 치명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나 해외 바이어가 계약을 논의할 때 가장 철저히 검증하는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려면 초기 설계 단계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인터비즈에 참여한 기업과 학교 및 연구기관은 700여곳이다. 참석 인원은 약 2100명에 달한다. 인터비즈 행사는 이달 1~3일 동안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B동에서 진행된다. 오는 3일에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두 차례에 걸친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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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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