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달라졌는데 ‘동전주 상폐’ 강행…긴장감 맴도는 코스닥
입력 2026.07.02 14:58
수정 2026.07.02 15:06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상폐 기업 최대 88곳 전망
‘삼전닉스 중심’ 증시 성장에 소외된 코스닥 상장사
좋은 업황·실적에도…주가 밀린 ‘성장기업 희생’ 우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혁신 기업도 퇴출 대상이 돼 버렸다. 동전주는 부실 기업으로 인식되는 것이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코스피가 급등한 상황에서도 코스닥에 올인했다는 개인 투자자의 토로다.
코스닥 시장이 출범 30주년을 맞은 2026년 7월 1일,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이 시행됐다.
코스닥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조치라는 게 한국거래소 입장이다.
‘코스닥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실·한계 기업의 퇴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성장 기업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에 대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의문이 제기되며 ‘성장성’이라는 목표와 충돌한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1일)부터 1000원 미만의 주가가 일정 기간 유지되는 경우 상장 폐지하는 상장 규정 개정안이 시행됐다.
올해 2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이 5개월 만에 시행된 셈이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주가 미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돼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도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됐으며, 내년에는 300억원까지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종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 기업 수가 지난해 38개사에서 올해 88개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에서 동전주 비중이 높은 만큼,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코스닥에서 동전주에 해당하는 상장사는 무려 150곳이다.
동전주 위기에 놓인 코스닥 상장사의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며 수익성과 성장성이 확인됐으나,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퇴출되는 것은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 기업들을 위한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2월 발표한 규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급변한 증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12일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한 이후 코스피가 55.07%(5354.49→8303.41) 오른 반면 코스닥은 16.64%(1114.87→929.35) 떨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현상으로 코스피가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3~6월 이란 전쟁도 영향을 미치며 1996년 출범 당시(1000)보다 낮은 수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업황·실적 악화가 아닌, 반도체 중심의 자금 쏠림으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에 급변한 시장, 일시적인 업황 부진으로 주가가 내린 기업까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성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기업들 마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증시 상황에 따라 누구든 동전주가 될 수 있는데, 주가 1000원이라는 기준이 기업의 성장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코스닥을 살리기 위한 개혁이 오히려 코스닥 본질을 흔들고 있다”고 단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은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을 평가받고 상장한 기업들이 많아 주가가 기업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곳들이 다수”라며 “동전주 퇴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섣부른 추진”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