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만 있나…AI 랠리 올라탄 삼성전기·LG이노텍 몸값↑
입력 2026.07.02 06:00
수정 2026.07.02 06:00
마이크론이 확인한 AI 장기 호황
2분기 합산 영업익 5300억대 전망
LG이노텍의 대면적(사진 왼쪽)∙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LG이노텍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반도체 랠리가 후방 부품 업계로 확산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한 수요 강세가 장기화되면 이를 뒷받침하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고성능 부품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AI 반도체 수혜 기대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으로 번지는 배경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414억5600만달러, 영업이익 333억18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93억100만달러에서 약 346%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80.4%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6개 전략 고객과 총 220억달러 규모의 공급 약정도 체결했다.
AI 메모리 공급난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은 국내 전자부품 업계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AI 서버는 GPU와 HBM뿐 아니라 고성능 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FC-BGA, 전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MLCC 등 부품 의존도가 높다. 서버 사양이 높아질수록 기판은 대면적·고다층화되고, MLCC 역시 고용량·고신뢰성 제품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실적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3곳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기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795억원, 3862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81.4% 증가한 수준이다. LG이노텍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조8361억원, 1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9%, 영업이익은 1242.9% 늘어난 수치다.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5392억원에 이른다.
삼성전기는 MLCC와 반도체 기판 양쪽에서 AI 서버 수요 증가 효과를 받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돕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에는 AI 서버와 전장용 고부가 제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솔루션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패키지솔루션 사업도 성장세다. 삼성전기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FC-BGA와 관련해 기존 고객사의 공급 확대 요청이 이어지고 있고 2분기부터 신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가 생산능력을 웃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이 2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이노텍도 패키지솔루션 사업을 차기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주력인 카메라 모듈 사업이 여전히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RF-SiP와 FC-CSP, FC-BGA 등 반도체 기판을 앞세워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용 기판 수요 확대가 본격화될수록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이익 기여도도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양사의 위치는 다르다. 삼성전기는 MLCC와 FC-BGA에서 이미 AI 서버 수요 증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반면 LG이노텍은 FC-BGA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고객 인증과 수율 안정화, 양산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LG이노텍은 패키지솔루션 사업을 2030년 매출 3조원 이상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부산·세종·베트남을 중심으로 FC-BGA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타이응우옌 공장 생산 확대를 위해 최대 12억달러,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미 빅테크 고객사의 AI 서버용 FC-BGA 증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난이 메모리 업체에 그치지 않고 후방 부품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GPU와 HBM 공급이 늘어도 이를 패키징하고 시스템화하는 기판과 수동부품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 AI 서버 생산 확대에 병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FC-BGA 시장은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오랜 기간 주도해온 만큼 국내 부품사들이 고부가 제품에서 실제 공급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