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20년 만에 재집권…페루 대선 '0.27%P' 승리
입력 2026.06.30 06:43
수정 2026.06.30 06:59
해외투표가 승부 갈랐다…패배 후보 "부정선거 가능성"
케이코 후지모리 페루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우아초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케이코 후지모리 후보가 초접전 끝에 승리하며 20여 년 만에 후지모리 가문의 정권 복귀를 확정했다. 좌파 후보인 로베르토 산체스는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페루 선거관리당국은 29일(현지시간) 개표 완료 결과 후지모리 후보가 922만 3396표(50.135%)를 얻어 917만3755표(49.865%)를 기록한 산체스 후보를 4만9641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득표율 격차는 0.27%포인트에 불과해 최근 페루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선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 7일 결선투표 이후 해외 투표와 이의 제기된 투표용지 심사가 이어지면서 최종 결과 확정까지 3주 이상이 걸렸다. 특히 해외 거주 페루 국민들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 해외 투표의 약 65%가 후지모리 후보에게 몰리면서 막판 역전에 성공했고, 수도 리마와 도시 지역에서도 우위를 유지했다. 반면 산체스 후보는 농촌과 안데스 산악지역, 원주민 밀집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산체스 후보는 결과 발표 직후 "선거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해외 119개 공관에서 실시된 투표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재외공관이 개표 절차를 변경해 조작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선거관리당국은 기술적 문제로 절차를 일부 변경했을 뿐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도 부정선거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결과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후지모리 당선인은 1990~2000년 집권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다. 그는 강력한 범죄 대응과 시장경제 유지, 외국인 투자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산체스 후보는 헌법 개정과 최저임금 인상, 광산 개발 규제 강화 등을 주장하며 좌파 개혁 노선을 제시했다. 이번 선거는 치안 악화와 경기 둔화, 빈부격차 심화를 둘러싸고 페루 사회가 극명하게 양분됐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의회에서도 우파 진영과 함께 비교적 안정적인 세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패배한 산체스 후보가 지지층을 중심으로 항의 시위를 예고하고 있는 데다, 반(反)후지모리 정서도 여전히 강해 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정치적 정당성과 사회 통합이라는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