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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계약서'에 당한 은행들…대응체계 고도화 과제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6.26 07:04
수정 2026.06.26 07:04

최근 6년 금융사고 1.2조…금융사기 비중 40%↑

할인분양 사기·허위 계약서 등 조직형 사기 반복

"사람만으론 한계"…데이터화·모니터링 필요

지난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 가운데 금융사기가 5052억8200만원(253건)으로 전체 사고액의 40.7%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최근 금융권에서 허위 계약서와 위조 서류를 이용한 금융사기가 반복되고 있지만, 은행 창구 직원의 육안 심사와 현장 실사에 의존하는 현행 내부통제 체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할인분양 사기 등 조직화된 금융사기가 늘면서 반복 유형을 데이터화하고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응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총 1조2419억원(60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금융사기가 5053억원(253건)으로 전체 사고액의 40.7%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금융사기 규모는 2024년 558억원(32건)에서 지난해 3318억원(113건)으로 급증했다.


상당수는 담보가치를 부풀리거나 허위 임대차계약서, 위조 분양계약서 등을 이용한 대출 사기였다.


실제로 최근 우리은행은 차주의 허위 분양 계약서 제출 등 할인분양 사기 의혹과 관련해 40억800만원 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IBK기업은행 역시 상가 분양 사기로 인한 47억8500만원 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지난해에도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에서 허위 서류를 활용한 유사 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최근에는 시행사나 분양 관계자가 실제 할인 분양 사실을 숨긴 채 정상 분양가 기준 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해 대출을 받는 이른바 '할인분양 사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유형의 사기를 단순히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대출 심사는 기본적으로 고객이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이뤄지는데, 계약서 자체가 정교하게 위조되거나 조직적으로 허위 서류가 만들어질 경우 진위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외부 감정평가법인을 통한 담보가치 산정과 현장 실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분양 단계의 상가나 오피스텔은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미등기 상태인 경우가 많아 주변 시세와 감정평가를 토대로 가격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행사와 차주가 실제 할인 분양 사실을 숨긴 채 정상 분양가 기준 계약서를 제출할 경우 은행이 사전에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정평가 역시 시장가치를 추정하는 절차일 뿐 이면계약이나 할인 조건 존재 여부까지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분양사나 시행사 등이 조직적으로 허위 서류를 제출할 경우 창구 실무자가 이를 사전에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분양 계약의 경우 계약 체결 사실 자체를 공적으로 등록하거나 신고하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서류 진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은 기본적으로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라며 "마음만 먹고 서류를 조작하면 현장 직원이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우리은행 할인분양 사기 의혹과 관련해 외부 사기 혐의가 핵심이며 은행 자체의 내부통제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 적발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반복되는 사기 유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응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서강대 교수)은 "부동산 관련 금융사기는 사후 조치보다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리스크 점검이 중요하다"며 "영업 조직과 리스크 관리 조직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형에 대해서는 상시 점검 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특정 지역이나 사업장, 시행사 등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패턴을 축적·공유하고 리스크 관리 조직이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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