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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예정된 시범 운항, 해수부 조직 명운 걸렸다[북극항로 리부트②]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6.24 07:00
수정 2026.06.24 07:13

이재명 정부 역점 사업 ‘북극항로’

시범 운항 앞두고 선박·화주 확보 애로

차관 승진, 북극항로 대한 ‘채찍과 당근’

북극항로 실패하면 부산 이전 명분 상실

쇄빙선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북극항로가 해양수산부 조직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을 승진 6개월 만에 다시 차관까지 올린 것은 북극항로 준비에 속도를 높이라는 ‘당근’이자 지지부진한 사업에 대한 ‘채찍’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해수부는 오는 9월 예정인 시범운항 성공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해수부는 부산 이전 직후 북극항로추진본부를 세워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해 왔다. 30여 명 규모 범부처 합동으로 꾸린 추진본부는 첫 과제로 오는 9월 시범 운항을 준비 중이다.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범 운항은 선박과 화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극항로는 상업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데다 운항 경험 부족, 기상 위험과 보험 문제, 쇄빙선 지원 체계 등 선주와 화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운사는 경제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 화주들 역시 안정적인 운송 서비스가 담보되지 않는 노선에 화물을 맡기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범 운항 계획은 발표됐지만 실제 사업 추진 속도는 생각보다 많이 느린 듯하다. 그만큼 (업계에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북극항로추진본부장 출신 남재헌 차관을 임명한 것은 북극항로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차관은 예산 확보와 부처 간 협의, 공공기관 조정 등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북극항로 관련 조직 확대에 대한 기대도 키웠다. 정부가 북극항로를 단순한 연구 과제가 아닌 국가 전략사업으로 인식하는 만큼 더욱 안정적인 추진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 예산 확대가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 자료: 외신종합
북극항로 시범운항, 부·울·경 해양수도 첫 단추


현재 북극항로를 둘러싼 환경은 낙관적이지 않다. 기후와 지정학적 변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북극해는 아직 계절적 운항 제약이 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對) 러 제제 등 북극항로는 복잡한 정치적 위험(리스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경제성 논란도 남아 있다. 운항거리는 짧아지지만, 쇄빙선 지원 비용과 보험료, 특수 선박 투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물류비 절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안정적인 화물 확보와 정기 항로 운영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북극항로는 상징적 사업에 그친다.


남 차관 임명은 부산 지역과 해운업계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부산을 북극항로 시대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근 해수부 부산 이전에 이어 부산 출신 북극항로 전문가를 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부·울·경 지역 미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항은 현재 세계 2위 환적항이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이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중국 항만 성장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북극항로가 현실화하면 부산항을 기반으로 부·울·경 지역은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최근 홍해 사태와 중동 정세 불안은 글로벌 물류망이 특정 항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얼마나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수에즈운하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해상 물류 루트를 확보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공급망 전략과도 직결된다.


남 차관 임명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북극항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재투자 선언에 가깝다. 시범 운항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사업 추진력 부족과 시장 참여 저조라는 현실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정책 책임자를 차관으로 승격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석의 영역이긴 하지만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이 차관까지 됐으니 그만큼 북극항로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며 “만약 북극항로가 실패로 끝나면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긴 이유도 사라지는 거다. 이 대통령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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