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예우 넘어 현지화 전략으로…LS일렉트릭, 美 유타 거점 키운다
입력 2026.06.23 09:03
수정 2026.06.23 09:03
가평전투 인연 앞세워 지역사회 신뢰 구축
서던유타대학 참전용사 방한·STEM 교육 지원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겨냥 북미 생산기지 육성
LS일렉트릭은 미국 유타주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방한 지원과 과학 교육 후원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미국 'LS일렉트릭 유타'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LS일렉트릭
LS일렉트릭이 미국 유타주를 북미 전력기기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북미 전력 인프라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현지 생산능력 확대와 지역사회 신뢰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습이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한국전쟁 당시 유타주 장병들이 참전한 '가평의 기적'을 현지화 경영의 연결고리로 삼은 것도 단순한 미담을 넘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장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LS일렉트릭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22년 미국 유타주 시더시티의 배전반 업체 MCM엔지니어링Ⅱ를 인수했다. 이후 이 회사를 'LS일렉트릭 유타'로 키우며 북미 전력기기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인수 이후 대규모 증설을 직접 챙기며 현지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유타 거점 확대는 북미 전력기기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만큼 배전반,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투자와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어지면서 현지 생산과 납기 대응 능력도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LS일렉트릭이 강조한 것은 유타와 한국의 역사적 인연이다. 한국전쟁 당시 경기도 가평에서는 유타주 출신 청년 장병 240명이 약 4000명에 달하는 중공군 공세를 막아낸 전투가 있었다. LS일렉트릭은 이를 '가평의 기적'으로 설명하며, 이 역사적 유대가 유타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이 같은 역사적 인연을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북미 사업의 현지화 기반으로 보고 있다. LS일렉트릭 유타가 자리 잡은 시더시티 지역에는 여전히 한국전 참전용사 가족과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현지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업 논리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기억과 신뢰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서던유타대학의 한국전 참전용사 지원 사업을 후원했다. 생존 참전용사들이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가평전투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관련 비용도 부담했다. 시더시티 현지에 조성된 한국전쟁 메모리얼 파크 유지·관리도 지원하고 있다.
미래 세대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서던유타대학의 STEM 교육시설 건립에 참여해 현지 산업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하는 주한미군 채용 플랫폼 구축 업무협약에도 참여해 한국과 연결고리를 가진 현지 우수 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구자균 회장은 "오늘날 우리가 미국 시장에서 확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바탕에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땀 흘린 유타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다"며 "가평의 기적을 만들어낸 영웅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기업의 마땅한 책무이며, 이러한 굳건한 신뢰 위에 쌓아 올린 현지 사업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S일렉트릭의 유타 전략을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모델로 본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리쇼어링, 전력망 투자 확대로 전력기기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반면 전력기기 공급망은 납기와 현지 생산 역량이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LS일렉트릭이 유타 지역사회와의 역사적 유대를 바탕으로 현지 생산망을 안착시킬 경우, 북미 전력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