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英 총리 사임 발표…차기 총리 앤디 버넘 유력
입력 2026.06.22 20:27
수정 2026.06.22 20:44
버넘 의원, 스타머 사임 발표 직후 차기 총리 도전 의사 밝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 AP/뉴시스
키어 스타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4년 7월4일 실시된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정권 교체에 성공해 이튿날 취임한 지 약 2년 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직에서 사임하겠다”며 “오늘 아침 나의 결정을 알리기 위해 (찰스 3세) 국왕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임 기간 내린 모든 결정은 내가 사랑하는 나라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과였다”며 “영국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훌륭한 아내 빅토리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나의 자랑이자 기쁨인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고 싶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노동당은 오는 7월9일부터 차기 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하며, 9월1일까지 새 대표를 확정할 예정이다. 새 대표로 선출된 인물이 총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총리직을 승계하게 된다.
이날 사임 발표는 스타머 총리가 주말 동안 가족과 함께 시골 별장에 머물며 거취를 숙고한 끝에 나왔다. 영국 총리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적어도 5년마다 총선이 치러지게 돼 있어 조기 총선이 없다면 2029년 7월까지 재임할 수도 있다.
스타머 총리의 사임으로 영국은 지난 10년 사이 6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된다. 데이비드 캐머런(2010∼2016년 재임) 이후로 테리사 메이(2016∼2019년), 보리스 존슨(2019∼2022년), 리즈 트러스(2022년), 리시 수낵(2022∼2024년) 등 보수당 총리 5명을 거쳐 노동당의 스타머 총리가 2024년 7월 취임했다.
1962년 런던에서 공구 제작공이던 아버지와 간호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타머 총리는 자신의 노동계급 출신 배경을 정치적 자산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부모 모두 노동당 지지자였으며 그의 이름 ‘키어’ 역시 노동당 창립 세대의 상징적 인물인 키어 하디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리즈대와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2008~2013년 잉글랜드·웨일스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냈으며, 공직 기여를 인정받아 2014년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아 ‘경’(卿·Sir)이라고 불렸다. 2015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20년 노동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노동당 대표에 오른 스타머 총리는 2024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끌었다. 당시 영국 정가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경제난, 잇따른 총리 교체로 피로감이 커진 유권자들이 스타머를 ‘안정적 관리자’로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집권 이후 경제성장 부진과 잇따른 정책 혼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개혁 성과로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됐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피터 맨덜슨을 주미대사로 임명한 인사 오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22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한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와 부인 빅토리아 여사. ⓒ AP/연합뉴스
현재 노동당 차기 대표 및 총리로 유력한 주자는 앤디 버넘 하원의원이 꼽힌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버넘 의원은 노동당 내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로 재무부 수석비서관,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보건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18일 메이커필드 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총리 최소 자격 요건을 갖췄다.
버넘 의원도 이날 스타머 총리의 사임 발표 직후 차기 총리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키어의 결정은 이행의 시작이며 이 과정은 질서와 책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나는 그 과정의 일부로 나 자신을 내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후임 총리가 누가 되더라도 높은 국가부채와 저성장, 생활비 위기, 국방비 증액 압박, 이란 전쟁 비협조로 경색된 대미(對美)관계 등 구조적 난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노동당의 유력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버넘 의원 역시 시장의 재정 건전성 요구와 변화에 목마른 유권자들 사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