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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면 벌어지는 춤판…진짜 ‘나’를 마주하는 ‘더 트라이브’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6.22 01:09
수정 2026.06.22 01:09

6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원치 않는 가면을 쓴다. 상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칭찬,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거짓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예의상 답변들. 현대사회에서 소소한 거짓말은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 쓰인다. 진짜 속마음을 숨기는 데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뮤지컬 ‘더 트라이브’는 기발한 딴지를 건다. “만약 거짓말을 할 때마다 눈앞에 고대 부족이 나타나 격렬한 춤판을 벌인다면?”, 이 황당하고도 직관적인 상상력이 극장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로 구현되는 순간, 관객은 유쾌한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세종문화회관

2024년 소극장 S씨어터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한 이 작품은, 올해 M씨어터로 무대를 옮겨 관객을 만나고 있다. 단순히 극장 규모만 키운 것이 아니라 대본과 서사 구조도 전면 수정했다. 예술감독을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초연같은 재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작품으로 만들었다”며 “특히 안무와 음악에 올인했다”고 자신했다.


극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완벽한 페르소나를 유지하는 유물복원가 조셉과, 마감 압박 속에서 영혼을 갈아 넣다 번아웃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 끌로이가 이야기를 이끈다. 우연히 고대 유물을 깨뜨린 두 사람은 입 밖으로 거짓말을 내뱉을 때마다 고대 부족이 나타나 춤추고 노래하는 황당한 저주에 걸린다. 숨기고 싶은 속마음이 거짓말을 타고 나갈 때마다 무대는 순식간에 원시적인 타악 비트와 격렬한 춤판으로 뒤덮인다.


이번 재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두 주인공의 서사적 깊이다. 이들이 왜 거짓말이라는 방어기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전사가 초연에 비해 훨씬 구체적으로 보강됐다. 덕분에 인물들이 겪는 우울과 번아웃이라는 현실적 고민이 판타지적 설정과 겉돌지 않고 맞물린다. 주인공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이 시각적인 ‘부족의 춤판’으로 외면화되면서, 관객은 이들의 황당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표상아 연출가는 “초연에서는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면, 재연에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인물’로 설정했다”며 “이들이 춤과 노래를 통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순간의 해방감과 주제를 연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더 트라이브'의 전동민 극작가, 김덕희 예술감독, 임나래 작곡가, 표상아 연출, 채현원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확장된 무대를 활용하는 연출과 안무의 시너지도 상당하다. 연출진은 좌우와 깊이를 넓힌 무대 위로 부족들의 동선을 큼직하게 짜 넣으며 시원한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특히 “조셉과 끌로이가 고대 부족들과 함께 춤을 추며 점점 거짓말에서 벗어나고, 이 과정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핵심이다. 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강렬한 퍼포먼스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채현원 안무가는 고대 부족을 12명의 배우들로 구성해 객석까지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군무를 맡겼다.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가창을 이어가는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의 앙상블은 이 극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음악적 카타르시스도 빼놓을 수 없다. 초연에서 5인조였던 라이브 밴드는 8인조로 확대됐고, 전자음악 등의 요소를 더 과감히 쓰면서 강한 중독성을 남긴다. 일상적인 대화 톤에서 순식간에 에너지가 폭발하는 넘버로 전환되는 구조는 극에 리드미컬한 활력을 부여한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보라’는 메시지는 극 후반부, 인물들이 가면을 벗어던지고 솔직해지는 순간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조셉이나 끌로이 개인의 성장을 넘어, 결국 나답기 위해서는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족의 모습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전동민 작가의 말처럼, ‘더 트라이브’는 결국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비로소 타인과도 진짜 연결될 수 있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다룬다. 다만 거창한 훈계나 교훈을 늘어놓는 대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유쾌한 퍼포먼스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공연은 오는 6월 27일까지 세종M씨어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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