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안, 단단하게 쌓아 올린 ‘멋진 신세계’ [D:인터뷰]
입력 2026.06.21 10:04
수정 2026.06.21 10:04
‘폭싹 속았수다’ 이어 ‘멋진 신세계’로 또 한 번 눈도장
“다시 한 번 다짐 하면서, 다가올 ‘시작’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멋진 신세계’까지 큰 사랑을 받으며 ‘기분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배우 채서안은 들뜨기보단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까지도 투잡을 뛰며 연기자 생활 포기를 고민했다는 채서안에게선 흔들림 없이 오래갈 수 있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멋진 신세계'에서 모태희 역을 연기한 채서안ⓒ블리츠웨이 엔터테인먼트
채서안은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재벌가의 공주님이자 주인공 차세계(허남준 분)의 맞선녀 모태희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해진 무명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재벌 차세계의 전쟁 같은 로맨스를 그리는 이 드라마에서, 차세계와의 정략 결혼을 추진하며 빌런 역할을 소화 중이다.
악역이 처음은 아니지만, 신서리와 차세계를 방해하면서도 상처 입은 과거사까지 풀어내는 과정은 어려울 법했다. 채서안은 입체적인 모태희를 섬세하면서도 다채롭게 풀어내며 선한 얼굴 뒤 ‘반전’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모태희는 입체적이고 표현해야 할 것도 많은 인물이었다. 짧은 씬 안에서도 해야 할 게 많더라. 감독님을 만나기 전, 준비를 잘해가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께서 모태희는 순하게 생겼지만, 하는 행동은 악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셨더라. 그가 하는 교묘하고, 교활한 작업들이 굉장히 악해 보일 수 있었기에 겉모습은 나처럼 순해 보이길 바라셨다.”
모태희는 얼핏 보면 당찬 CEO로 보일 만큼 색다른 악역이었다. ‘악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빌런이다. 채서안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은근히 풍기는 분위기를 구축하는데 신경 쓰며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모태희를 완성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행동에서 묻어나야 했다.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보다가 ‘정말 못됐다’고 여기는 순간들이 있기를 바랐다. 흔히 생각하는 소시오패스도 겉으로 봐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모태희도 되게 겉으로는 멋있고 성공한 CEO처럼 보여야 했다. 처음엔 밝고 되게 ‘빙그레한’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서 ‘무서운 사람이구나’라는 것이 묻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부모와의 미묘한 관계, 이로 인한 결핍 등 모태희의 이면을 채우는데도 신경을 썼다. 후반부로 갈수록 섬세해지는 모태희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표현한 것이 캐릭터, 나아가 작품의 입체감을 살렸다.
“태희의 결핍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후반에 태희와 엄마의 서사가 나오고 그러면서 그가 계속 회피하고 있었던 트라우마가 드러난다. 시청자들이 태희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했다. 이것이 잘 살려면 앞에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 가정사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한테 집착을 했다’고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공백들을, 짧은 장면들 안에서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멋진 신세계'에서 모태희 역을 연기한 채서안 ⓒ블리츠웨이 엔터테인먼트
조선의 악녀부터 코믹과 액션, 로맨스까지. 몸을 내던진 연기로 ‘멋진 신세계’의 재미를 살린 임지연에게 배운 점도 있다. 채서안은 신서리를 사사건건 방해하지만, 만만치 않은 그에게 때로는 당하기도 하는 ‘밀당’ 뒤 치열했던 과정을 언급, ‘멋진 신세계’만의 팽팽했던 긴장감의 비결을 짐작케 했다.
“비오제이 브랜드 론칭 파티에서 편집된 장면이 있다. 서리와 태희가 화장실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장면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때 임지연이 마치 ‘더 글로리’의 연진이가 된 것처럼 카리스마를 발산해 주셨다. 그럴 때 느낀다. 선배님께 배울 점이 정말 많다. 현장을 통해서도, 대본을 통해서도 느끼는 것이 대본에 100이 있으면, 500까지 채우시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정말 멋있었다.”
작품의 흥행 비결 역시 ‘선배들 덕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학씨 아저씨(최대훈 분)의 순종적인 아내 영란 역을 맡아 선하면서도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멋진 신세계’에서는 매력적인 빌런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기대감’보다는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역시 기쁘고, 감사한 것은 사실이다. ‘폭싹 속았수다’ 공개 전까지도 전자제품 공장, CCTV 회사 등에서 일하며 ‘연기자를 포기해야 하나’를 고민했다는 그는 더 오래 연기하기 위해 지금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생각이다. 흔들리며 성장한 만큼,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준 채서안이다.
“아직 부족한 것을 알지만, 너무 잘 해내고 싶다. 일기를 쓰는데, 1년 전 오늘 ”‘멋진 신세계’의 감독님을 만나고 왔다’고 적혀 있더라. 그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던 것이다. 그런데 ‘멋진 신세계’를 끝내고, 제가 인터뷰를 하고 있지 않나. 열심히 잘 시작하면, 끝도 잘 마무리됐다는 것이 좋다. 이렇게 또 한 번 다짐을 하면서, 저한테 다가올 ‘시작’을 기다리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좋은 에너지를 채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