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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장' 불러낸 100일…노란봉투법이 흔든 원·하청 지도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6.21 06:00
수정 2026.06.21 06:00

포스코·한화오션·현대차 줄줄이 교섭 의무 인정

경영계 "행정소송 불사"…노동계 "7월 총파업"

지난 2024년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경제6단체 및 경제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을 반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 100일을 넘어선 가운데 원청 대기업이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라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한화오션,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간판 기업들이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결정이 잇따르면서 산업 현장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는 분위기다.

구내식당·경비원도 '교섭 대상'… 지원업무까지 확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17일 포스코의 재심 신청 사건에서 하청 노조 3곳과 개별 교섭해야 한다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초심 결정을 유지했다.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동희오토, 이화학당 사건도 모두 초심이 유지됐다. 지방노동위원회 단계에서 나온 첫 기각 결정마저 중노위에서 뒤집힌 사례도 있다. 중흥토건·중흥건설의 사용자성 불인정 결정은 이달 4일 중노위 재심에서 번복됐다.


파장은 직접 생산 공정을 넘어 비핵심 지원업무로도 빠르게 번졌다. 중노위는 지난 15일 한화오션에 대해 조선 현장 하청 노조뿐 아니라 사내 급식·세탁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웰리브 소속 조합원과도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리실과 세탁실, 통근버스 등 작업환경 개선이 한화오션의 협조 없이는 이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도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생산 공정 하청 노동자는 물론 구내식당, 보안·경비, 판매 업무 종사자까지 포함한 하청 노조 10개 지회의 교섭 요구를 공고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하청 노조 1151곳이 원청 434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관련 조합원만 16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은 90곳(약 20%)에 그치고, 실제 교섭에 들어간 사업장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원청 교섭 요구 사건 80건 가운데 86%인 69건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지만 상당수 원청이 공고를 미루거나 중노위 재심 신청을 통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내내 교섭만" vs "100일 동안 모범사용자 없었다“

경영계는 사태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하청업체에 업무를 나눠 맡기는 사업 특성상,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질수록 동시다발적인 교섭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조선·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연중 교섭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와 교섭 의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이 지속될 것"이라며 "사용자 범위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시각은 다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법 시행 전부터 공공기관은 사용자성 회피에 나섰다"며 지난 100일간 모범사용자 역할을 자임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어렵게 노동위원회 문을 두드려 사용자성을 인정받더라도 공공부문 원청은 노동안전 의제만 교섭하겠다며 버텼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파업 예고에 여야 격돌…하반기 더 험난하다

노란봉투법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여름 파업 전선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노동쟁의 행위 조정을 신청했다. 오는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찬반 여부 투표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15일 총파업을 공언하며 원하청 교섭 문제를 전면 투쟁과 연계하겠다는 방침이다.


갈등이 법원으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크다. 중노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결정문 송달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중노위 첫 재심이 이달 4일 이뤄진 만큼 이달 말부터 행정소송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심 행정소송에서 항소·상고심까지 최종 결론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어, 노사 갈등의 장기전 우려는 현장의 피로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은 뜨겁다. 국민의힘은 법 시행 100일을 맞아 지난 18일 국회 토론회를 열고 개정 입법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시행 100일 만에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노란봉투법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강력한 대안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수민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실험"이라면서도 "현재의 프레임은 자동화와 인공지능 로봇 시대에서 다변화하는 노동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느냐"라고 덧붙였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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