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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연쇄살인 추적극 아냐”…‘댄포스는 옳았다’가 던진 ‘선입견’ 대한 질문 [D: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6.19 08:38
수정 2026.06.19 08:38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여 온 장진 연출이 신작 연극 ‘댄포스는 옳았다’로 관객들을 찾았다. ‘댄포스는 옳았다’는 장진 연출이 오래전 집필했던 이야기를 2인극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전작 ‘불란서 군고’에 이어 연달아 초연작을 선보이게 된 장진 연출은 초연 무대가 갖는 특유의 ‘의심’과 ‘불안’을 고백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우 박건형과 고상호가 장진 감독의 신작 '댄포스는 옳았다'의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장진 연출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초연은 언제나 의심받는 부분이 많다. 과연 이게 어떻게 올라갈까, 관객분들이 이런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까 불안하다”라며 무대에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대본만 봐도 올리기 쉽지 않은 연극인데, 배우들이 무대에 자신을 갈아 넣는 정도의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라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작품은 겉보기에 프로파일러 조너슨 보튼이 연쇄살인마 ‘M’으로 의심받는 용의자 존 조우를 취조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장진 연출은 이 극이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장르물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어질수록, 극은 관객이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궤도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복잡하고 강렬한 심리극의 시작점은 놀랍게도 장진 연출의 아주 오랜 기억 한 조각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와 나누었던 사소한 대화가 모티브가 되었다. 장진 연출은 “사실 그 친구가 누군지 기억도 안 난다. 너무 어릴 적에 꼬마들이 나눴던 ‘내가 나중에 현상금이 높아지면 네가 날 신고해라’ 같은 유치찬란한 대화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메모해 두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 에피소드로 남았고, 그것이 이 작품의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배경이 미국 뉴욕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장 연출은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과 줄거리가 과잉으로 치닫는 이야기의 특성상, 국내보다는 외국을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이 창작자로서 심정적으로 더 편하고 잘 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이국적인 배경은 뜻밖에도 배우들에게 커다란 ‘대사 공포’를 안겼다.


프로파일러 역을 맡은 배우 박건형은 “배경이 미국이라 지명을 하나하나 외우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미국을 가본 적이 없어서 지도를 보면서 사건의 루트를 그리며 힘들게 외웠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원래 이 작품이 5인극이었는데 3인의 인물이 사라지면서 그 대사가 다 저에게 온 것 같았다. 대사량의 공포가 엄청났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 용의자의 치열한 심리 공방을 다루는 만큼, 단 두 명의 캐릭터가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박건형과 최영준, 강승호가 분한 조너슨은 끊임없는 의심과 불안 속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다. 방대한 대사량은 물론, 복잡하게 얽힌 인물의 깊은 심리적 고통과 내면을 집요하게 탐험해야 하는 고난도의 역할이다.


이에 맞서는 베일에싸인 용의자 존은 고상호, 김한결, 이현우가 나누어 맡았다. 존은 연쇄살인 혐의를 받고 붙잡혀 온 전직 펜싱 선수이자, 동시에 췌장암을 앓으며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프로파일러와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인물로, 배우들은 연쇄살인마라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연극 '댄포스는 옳았다' 장진 감독과 출연진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고상호는 “연쇄살인범의 레퍼런스를 참고하기보다는, 이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잡혀왔고 프로파일러에게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가에 집중했다”라며 “오히려 췌장암의 전조증상이나 펜싱 선수가 살인을 저질렀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상상을 많이 연관 지었다”라며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김한결은 “감독님이 연습 때 ‘글 안에 캐릭터가 90% 다 있다’고 하셨는데 큰 공감이 갔다.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 글의 의미를 마음에 넣으려 애썼다”라며 “시한부 삶을 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 인물이, 일반인이 볼 때는 싸이코패스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지점에서 출발했다”라고 입체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이현우는 “대본을 파고들다 보니 존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같은 대사여도 다른 마음으로 접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길이 열리는 게 재미있었다”라며 “무대 위에서 매번 새로운 인물처럼 느껴질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진 연출은 무거운 드라마 속에서도 특유의 위트와 대사 톤 조절로 관객의 긴장감을 조율한다. 그는 “이런 드라마에서 코미디를 얹는 것은 살짝만 비틀어도 유쾌해지기 때문에 과하지 않게 조율할 수 있다”며 “극이 필요로 하는 긴장감을 깨지 않는 선에서 배우들이 스스로를 잘 통제하며 무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현우는 “극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세상을 살았나’ ‘내가 어떠한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극이다. 관객분들도 그런 흥미로운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라며 말을 맺었다.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는 오는 8월 30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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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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