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제네시스, 13위인데 박수 받은 이유는?…르망 도전에 숨은 의미 [뭔일easy]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6.15 14:18
수정 2026.06.15 14:19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르망24시간 완주

출전 차량 2대 중 1대 결승선 통과, 하이퍼카 클래스 13위

주행 데이터, 향후 고성능 양산 모델 개발 자산으로

르망24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GMR-001 하이퍼카#19 차량 ⓒ제네시스



산업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혹은 필연적으로 등장한 이슈의 전후사정을 살펴봅니다. 특정 산업 분야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나 소액주주, 혹은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들이 대신 공부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올해로 브랜드 출범 10년을 맞은 국내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를 통해 새로운 시험대에 직접 올랐습니다. 경쟁사인 토요타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혀온, 바로 ‘모터스포츠’ 분야입니다.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지난 13일~14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내구 레이스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에 처음으로 참가했는데요.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출전 차량 2대 중 1대가 결승선을 통과했고, 하이퍼카 클래스 13위라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1위도 아니고, 3위도 아니고, 13위라는 순위가 왜 박수를 받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이 전에 '르망24시간'이라는 모터스포츠 경기에 대해서 먼저 짚고 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자동차 경주라고 하면 보통 이런 장면을 떠올립니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차들이 굉음을 내며 달려나가고, 누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느냐를 겨루는 모습 말이죠.


그런데 르망 24시간은 조금 다릅니다. 말 그대로 24시간 동안 달리다보니, 빠른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게 더 중요하죠. 운전자는 교대로 바뀌지만 차는 계속 버텨야 합니다.


그래서 르망은 ‘자동차 회사의 극한 시험장’으로 불리는데요. 단순히 “우리 차 빠릅니다”를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우리 기술, 밤새 달려도 무너지지 않습니다”를 증명하는 자리인 거죠.


이런 무시무시한 무대에 첫 출전하는 만큼, 사실 제네시스의 이번 르망 데뷔전의 핵심 목표는 ‘완주’였습니다. 꼴찌를 했어도 완주만 했다면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무대에서, 완주에 이어 18위 중 13위라는 성적까지 거둔겁니다. 유럽의 전유물인줄로만 알았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이 정도면 한국인들이 열광할 만 하죠.


제네시스의 ‘르망 24시간’ 첫 출전을 기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그룹 CDO 겸 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과 13일(현지시간) 제조사 빌리지 내 제네시스 부스에 전시된 차량과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르망 도전이 더 눈에 띈 이유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는 점인데요. 정 회장은 프랑스 르망 현장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주요 모터스포츠 인사들과도 교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레이스카와 주요 부품도 직접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장면은 꽤 상징적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모터스포츠를 핵심 전략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으니까요. 요즘 현대차그룹과 관련해 로보틱스, AAM, 자동화 공장 등 미래 신산업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이 나오지만, 여전히 자동차 회사로서의 DNA는 지키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네요.


특히, 현대차가 아니라 제네시스가 현대차그룹의 모터스포츠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조금 더 남다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그간 현대차N 브랜드를 통해 월드랠리챔피언십, WRC에서도 경험을 쌓아왔거든요.


현대차 N 브랜드가 있는데도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을 꾸리고, 르망에 세운 건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의 기술력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상대해야 하는 브랜드들은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같은 회사들이니까요.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모터스포츠를 통해서 기술력을 검증한 브랜드들이죠.



GMR-001 하이퍼카#17 차량 ⓒ제네시스

그렇다면, 르망에서 달려서 현대차그룹이 얻는 건 무엇일까요. 르망에서 달린 하이퍼카에 적용된 기술이 당장 양산차에 들어가는 것도 아닐거고요. 단순히 글로벌 회사들끼리 기술력을 겨루기 위한 걸까요?


사실 모터스포츠를 통해 자동차 회사가 얻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데이터와 경험입니다. 24시간 동안 차가 어떤 온도에서 버티는지, 배터리와 엔진이 어떤 조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 브레이크는 언제부터 성능이 떨어지는지, 타이어는 어느 구간에서 빨리 닳는지, 공기 흐름은 고속 주행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런 데이터는 일반 도로 주행만으로는 얻기 어렵거든요.


특히 전동화 시대에는 열관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배터리, 모터, 인버터, 냉각 시스템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성능과 내구성을 좌우합니다. 르망 같은 내구 레이스는 이런 기술을 극한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향후 제네시스 마그마, 현대차 N, 전동화 플랫폼 개발에 참고 자산으로 쌓일 수도 있죠.


제네시스가 르망에서 얻으려는 건 단순히 경기 결과가 아닙니다. 고성능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한 경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서사, 전동화 시대에 필요한 극한 주행 데이터, 그리고 글로벌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각인될 장면이 더욱 중요하죠.


그동안 유럽과 미국, 일본 브랜드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우리 브랜드의 차량과 태극기를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뛰는 일이 아닐까요.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은, 한국의 모터스포츠팀을 더 열심히 응원해봐야겠습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드라이버 퍼레이드에서 제네시스 X 그란 컨버터블을 운전하는 제네시스 브랜드 파트너 겸 마그마 레이싱 어드바이저 재키 익스(운전석)와 (뒷자리 왼쪽부터) GMR 드라이버 마티스 자비에, 루이스 펠리페 데라니, 안드레 로테러가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모습ⓒ제네시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