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는 왜 아직 '김주애'가 아닌가 [박은주의 한반도 전략 시선]
입력 2026.06.15 07:00
수정 2026.06.15 09:57
반복되는 후계설, 남아 있는 의문들
북한은 왜 여전히 김주애를 '자제분'이라 부르는가
후계 구도보다 중요한 북한의 메시지
북한 조선중앙 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신의주온실종합농장을 현지 지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지난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김주애 후계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 주석 방북일 공개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언급한 "대를 이어 친선을 계승한다"는 표현을 두고, 중국이 사실상 김주애를 후계로 공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북중관계에서 "대를 이어 계승"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져 온 북중 우호관계와 혁명 전통을 강조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외교적 수사에 가깝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정작 시진핑 주석의 방북 기간 동안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김주애를 둘러싼 후계설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김주애가 핵무력 관련 행사와 군사 현장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의전 수준 또한 과거와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가 사용하는 표현 역시 점차 격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김주애가 단순한 지도자의 자녀를 넘어서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문제는 후계자로 단정하기 어려운 대목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아직 김주애를 공식적으로 '김주애'라고 부르지 않는다. 북한 매체는 여전히 "존경하는 자제분", "사랑하는 자제분" 등의 관계적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후계체제 형성 과정을 고려할 때,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북한에서 후계자는 단순히 혈연으로 확인되는 존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호명되고 제도화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후계 구축 과정에서 '당중앙'이라는 정치적 호칭을 부여받았고, 김정은 역시 2010년 공식 등장과 함께 이름과 군 직책이 공개됐다. 반면, 김주애는 수십 차례의 공개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제분'으로 남아 있다.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에게 정치적 이름과 지위가 부여됐던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 다른 모습이다.
가족적 스킨십 역시 눈에 띈다. 김정은은 공개석상에서 딸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걷고, 때로는 볼을 맞대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이는 국가지도자의 후계자를 대외적으로 각인시키는 정치적 연출이라기보다 부녀관계 자체를 강조하는 장면에 가깝다.
외교무대에서의 부재도 주목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이미 김주애를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확정했다면, 국제사회에 존재를 각인시키는 작업 역시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주애는 아직 주요 외교 행사나 정상외교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질문은 "김주애가 후계자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오히려 왜 북한이 어린 딸을 반복적으로 공개하면서도 여전히 이름 없는 존재로 남겨두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녀는 공식적인 '정치인'이자 '대안'이 된다. 하지만 이름 없는 '자제분'으로 남겨둔다면, 김정은의 절대 권력을 보조하는 안전한 상징물에 머물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름 없는 김주애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주애는 대부분 핵무력 행사, 전략무기 시험, 군 관련 시찰 현장에 등장한다. 이는 북한이 미래의 국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이 강조하는 핵보유국 북한, 국가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제, 그 미래를 이어갈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존재로서 김주애를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따라서 김주애를 바라볼 때, 후계자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김주애를 둘러싼 여러 징후는 후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그것만으로 현재의 위상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김주애는 후계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김주애를 단순한 지도자의 딸 이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김주애를 통해 어떤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가다. 아직 북한이 그녀를 김주애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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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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