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무임승차는 끝났다"…LG엔솔, 중국 배터리에 특허 청구서
입력 2026.06.12 12:01
수정 2026.06.12 12:02
신왕다와 라이선스 계약으로 2년 분쟁 마무리
볼보·르노·닛산까지 번졌던 특허전 종료 수순
가격·생산능력 경쟁 속 특허 안정성도 조달 변수로 부각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이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배터리의 가격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를 앞세워 방어선을 넓히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신왕다와의 분쟁을 라이선스 계약으로 마무리하면서 배터리 공급망에서 특허 리스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의 특허 라이선스를 대리하는 특허관리 전문기업 튤립 이노베이션은 전날 신왕다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독일, 중국, 한국에서 진행 중인 모든 법적 조치는 철회된다.
신왕다는 1997년 설립된 중국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 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10위권에 오른 후발주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신왕다가 전극조립체 구조 특허 등 다수의 전략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독일 등에서 소송을 진행해왔다.
독일 법원은 신왕다를 상대로 해당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의 판매 금지, 잔여 배터리 회수·폐기, 손해배상 조치 등을 잇달아 인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이 독일에서 세 차례 승소한 뒤 라이선스 계약까지 끌어내면서 특허 분쟁은 기술 사용료 문제로 이어졌다.
분쟁의 핵심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전극조립체 구조 특허다. 코팅 분리막을 활용해 전극층을 일체화하는 기술로 고출력·고용량 배터리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파우치형뿐 아니라 각형 배터리에도 활용될 수 있어 신왕다 등 중국 업체를 상대로 한 주요 특허로 거론돼왔다.
특허 대응은 배터리 공급사를 넘어 완성차 업체로도 확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왕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도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신청했고 무역위는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신왕다 배터리가 탑재된 그랑 콜레오스에 대해 배터리 팩 특허 침해 조사를 신청했다. 해외에서는 튤립 이노베이션이 닛산 하이브리드 SUV 캐시카이에 적용된 신왕다 배터리를 문제 삼아 독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합의로 신왕다 배터리를 둘러싼 법적 조치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배터리 공급사뿐 아니라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완성차까지 법적 조치 대상이 되면서 특허 분쟁이 실제 판매와 조달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배터리 업계에서 지식재산권(IP) 분쟁은 이미 공급망 변수로 확인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과 SK온 분할 전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장기간 다퉜다. 당시 완성차 공급 차질 우려까지 불거지며 배터리 IP가 단순 법무 문제가 아니라 산업 변수라는 점이 드러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4월 '특허 무임승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공식화했다. 후발 기업의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소송과 경고 등으로 강경 대응하고 글로벌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당시 회사가 소재, 공정, 전극설계, 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에서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본 특허는 580건에 달했다.
신왕다와의 계약은 이 같은 방침이 실제 라이선스 합의로 이어진 사례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축적한 특허를 활용해 기술 사용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특허 전선은 신왕다에 그치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 특허를 매입·관리하는 특허관리회사 BMS이노베이션은 중국 BYD를 상대로 배터리관리시스템 관련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BYD가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을 동시에 키우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국 대표 전기차·배터리 업체까지 특허 분쟁 대상에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조달 기준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저가 배터리를 채택하더라도 특허 침해 판단이 나오면 판매금지, 수입 제한, 공급 차질, 라이선스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격과 성능 중심이던 배터리 조달 기준에 특허 안정성이 추가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신왕다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등록 특허 5만6453건, 출원 특허 9만7752건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특허 침해 행위에는 소송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정당한 기술 사용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계약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