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 구성 늦어도 18일까지"…속내는 후반기 상임위 독식 포석?
입력 2026.06.11 04:30
수정 2026.06.11 04:30
원 구성 지연 가능성 경고하며 18일 못박아
법사위원장 양보 불가 기조에 협상 난항 예상
상임위 독식 전례 이번에 반복될 가능성도
"협상 불발 시 특단의 조치 내리지 않겠나"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되며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한병도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8일까지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중동 정세 악화와 고물가·고환율 등 민생 위기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협상 결렬 시 상임위원장 독식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즉시 원 구성에 나서야 한다"며 "늦어도 18일까지는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확대, 공급망 불안, 고물가·고환율까지 겹치며 민생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회가 소모적인 정쟁이나 한가로운 자리다툼을 하며 허비할 시간이 없다. 민주당은 조속하게 원 구성을 마치고 상임위를 전면 가동해 민생 입법을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도 원 구성 지연 가능성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한 원내대표는 당시 "48일이 걸리는 관례는 사라져야 한다"며 "시간 끌기, 발목잡기식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민생과 국정 안정을 위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진짜 속내가 따로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핵심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다.
민주당은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는 법사위만큼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원칙"이라며 "그 외 상임위는 협상을 통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안의 관문'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원 구성 협상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자리다.
국민의힘 역시 법사위원장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간 만큼, 제2당인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입법 드라이브에 최소한의 브레이크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11개, 국민의힘 7개 방식의 상임위원장 배분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법사위를 둘러싼 양측 입장 차가 워낙 커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이 제시한 '18일 시한' 역시 단순한 협상 일정이 아니라 향후 단독 원 구성을 위한 명분 축적 과정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원 구성을 지연시키는 모습이 부각될 경우 민주당이 이를 이유로 보다 많은 상임위를 가져가거나, 최악의 경우 단독 원 구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여당이던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당시 미래통합당과 협상이 결렬되자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한 전례가 있다. 당시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에서는 '상임위 독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3월 "후반기 원 구성에 있어서 상임위원장은 100% 민주당이 맡아서 책임지겠다는 원칙"이라고 언급한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내 강경 기류가 여전한 상황에서 법사위를 둘러싼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민주당이 과거와 같은 강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법사위원장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당내에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원내대표께서 18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달까지 (국민의힘과)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도 원 구성 협상이 늘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원내 원칙이 '법사위원장은 우리가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정치라는 게 알다시피 향후에 어떻게 변해갈 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18일까지 상임위 합의 실패 시 단독 원 구성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민주당은 일단 협상을 통한 원 구성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고수 방침을 꺾지 않을 경우 18일 시한을 전후해 원 구성 협상은 다시 한 번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