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로 피서, 다이소로 쇼핑”…유통가, 폭염에 웃었다
입력 2026.06.10 07:31
수정 2026.06.10 09:16
“달력보다 기온”…폭염이 바꾼 소비 공식
몰캉스족 몰리자 쇼핑몰 매출 ‘껑충’
다이소, 차광모자·토시 등 폭염용품 인기
편의점 얼음컵 판매 급증…여름 마케팅 본격화
서울 용산 HDC아이파크몰 내 발레복 연합 팝업스토어를 찾은 고객들. 무더위를 피해 쇼핑몰을 찾는 '몰캉스족'이 늘면서 복합쇼핑몰 방문객도 증가하고 있다.ⓒ아이파크몰
“더우면 쇼핑몰로, 생필품은 다이소로.”
예년보다 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소비자들의 여름 소비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무더위를 피하려는 ‘몰캉스족’으로 북적이고, 다이소에서는 각종 폭염 대응 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업체들은 여름 상품 판매 시기를 앞당기며 본격적인 폭염 특수 잡기에 나섰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여름철 태풍은 평년(2.5개)과 비슷하지만 이상고온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 현상도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전 지구 기후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연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2024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폭염과 장마를 피해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이른바 ‘몰캉스족’(몰+바캉스)이 늘면서 복합쇼핑몰 매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따르면 6월 첫 주말(토·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1% 증가했다.이 기간 F&B(식음료) 매출도 45% 늘었다.
서울 마곡 원그로브는 6월 첫째 주(월~일)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F&B(식음료) 매출도 155% 늘었다. 평균 방문객 수는 111% 증가했으며, 평균 체류시간도 33% 늘어나는 등 무더위를 피해 실내 공간을 찾는 고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전년 대비 IP기반 팬덤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장한 효과와 동시에, 도파민 스테이션에서 진행한 포켓몬 컨셉스토어와 발레복 연합 팝업스토어 등에 많은 고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팝업 낙수효과로 F&B 매장에도 많은 고객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는 지난 4월 여름이 오기 전 꼭 챙겨야 하는 UV 차단 아이템전을 오픈했다. ⓒ다이소
폭염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동선도 달라지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복합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고, 외출 전후로는 더위를 막아줄 실용 상품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다이소에서는 여름철 생활용품 판매가 상승세다. 5월 차광모자 매출은 전월 대비 약 150% 증가했으며 ▲토시(130%) ▲방충망(100%) ▲우산·양산(50%) ▲선크림(40%) 등 폭염 대응 용품 전반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장기화 속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균일가 정책을 앞세운 다이소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모자와 팔토시, 양산, 선글라스 등 여름철 패션·시즌 잡화까지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생활용품 전문점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뷰티 맛집’이자 ‘종합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련 수요가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다이소는 최근 뷰티 카테고리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2021년 화장품 판매를 시작한 다이소는 최근 품목과 브랜드를 급속도로 늘려가는 중이다. 다이소에서 매달 나오는 평균 신제품 수만 수백여종에 이른다. 이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다이소가 공을 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품목은 바로 ‘패션’이다. 여름·겨울 시즌에 맞는 다양한 의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22년부터 의류용품을 강화해 23년 여름에 '이지쿨'이란 이너웨어를 판매 중이다. 5월 매출은 전달 대비 20% 성장했다.
이 밖에도 패션업계는 냉감·흡습속건 소재를 앞세운 기능성 의류를 확대하고 있고, 화장품업계 역시 쿨링·진정 기능을 강조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여름 수요 잡기에 나서고 있다. 폭염이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유통업계 전반의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S25에서 모델이 1000원 아이스커피와 얼음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GS25
◇ 편의점 업계, 기온 오르자 얼음컵부터 ‘불티’
폭염 특수는 생활용품에만 그치지 않고 먹거리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예년보다 한발 앞서 여름 마케팅에 나섰다. 통상 6월 중순 이후 본격화되던 여름 상품 판매와 할인 행사가 올해는 5월부터 시작되는 등 여름 수요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1인 가구 증가와 제철 상품 소비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된 여름 먹거리와 기후변화 대응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얼리 썸머도 진행한다. 일례로 세븐일레븐은 하절기 먹거리 출시 시점을 전년 대비 1개월가량 앞당겨 여름 한정 푸드를 선보인다.
편의점의 얼음컵과 봉지얼음은 이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GS25의 5월 얼음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5%, 봉지얼음은 42.8% 늘었다. CU와 세븐일레븐에서도 얼음컵 판매가 30%가량 증가했다. 여름이 오기도 전에 얼음이 먼저 팔렸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얼음컵, 아이스커피,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 여름철 상품 발주를 늘리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관련 상품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점포별 냉장·냉동 진열 비중을 확대하고 발주량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헤일리 비버는 귀국 후 자신의 SNS에 음료 사진을 올리며 집에 돌아가면 이 음료가 계속 생각날 것 같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헤일리비버 인스타그램
얼음컵 매출의 상승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색 음료 레시피 수요 증가가 한 몫하고 있다. 최근 얼음컵에 파우치형 아이스 헤이즐넛 커피와 바나나맛 우유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뚱바라떼'가 화제를 모으면서 얼음컵 판매도 함께 팔려나가는 추세다.
이 같은 인기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 CU 다운타운점의 개점 후 100일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컵얼음이 전체 상품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6월 첫째 주 비가 이어지면서 얼음컵 매출 증가세가 지난해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통상 6월부터 판매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SNS에서 화제가 된 음료 레시피를 따라 구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얼음컵 수요층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며 “실제로, 인천공항 매장, 인사동 매장 등 외국인 관광객 다빈도 방문 매장 기준, 바나나우유의 주요 연관 구매 상품이 얼음컵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폭염 특수가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상품 기획부터 생산, 물량 운영, 마케팅 일정까지 전 과정이 재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냉감 의류와 쿨링 화장품, 아이스 음료, 간편 보양식 등 여름 관련 상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출시 시점도 매년 앞당기는 추세다. 계절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과거 달력 중심의 상품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기온과 날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6월 중순 이후부터 여름 상품을 본격 운영했다면 최근에는 4~5월부터 관련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냉감·쿨링 기능을 강화한 상품과 기후 변화에 대응한 시즌 상품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