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표 ‘AI 조직개조’ 본격화…챗GPT 전 관계사에 푼다
입력 2026.06.09 14:00
수정 2026.06.09 14:00
6월 중 생성형 AI 공식 도입
R&D·생산·마케팅·지원 업무 전반 적용
사장단 및 임원 대상 AI 실습 교육 진행
관계사별 AI 전담조직 신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인공지능을 제품 경쟁력의 키워드에서 내부 경영 혁신의 핵심 도구로 끌어올린다. AI폰, AI가전 등 소비자 접점에서 AI 생태계를 넓혀왔다면, 이제는 연구개발부터 생산, 마케팅, 지원 업무까지 회사의 일하는 방식 전반을 AI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전 관계사의 모든 업무에 AI를 본격 도입하고,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AI 대전환’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단순히 일부 부서의 업무 효율화 차원을 넘어, 그룹 전반의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구조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R&D부터 생산·마케팅·지원 등 모든 업무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이 이번 ‘AI 대전환’을 1990년대 디지털 전환에 비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삼성은 디지털 전환기에 선제적 변화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내수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번에는 AI가 산업 전반의 경쟁 질서를 바꾸는 만큼,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은 6월 중 전 관계사를 대상으로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기업 현장에서는 보안 우려 등으로 외부 AI 활용에 제약이 컸지만, 삼성은 보안 체계를 함께 구축하면서 임직원들이 필요한 AI 도구를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AI 적용 범위도 넓다. 소프트웨어와 마케팅 분야의 업무 생산성 향상은 물론, 개발과 제조 등 전 업무 영역에 AI를 적용해 업무 혁신을 추진한다.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경영 혁신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직무와 조직 특성에 따라 세부 운영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관계사별 업무 특성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AI 도입이 아니라 각 조직에 맞는 활용 방식과 기준을 세우겠다는 취지다.
경영진 교육도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삼성은 전 관계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인 ‘AX 부트캠프’를 실시한다. 삼성의 전 관계사 사장단이 AI 교육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원 교육도 병행된다.
전 직원 대상 교육도 추진된다. 삼성은 사장단과 임원뿐 아니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을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AI 활용 역량을 일부 기술 조직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사 공통 역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삼성 관계사 임원들이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AI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삼성전자
사장단은 교육 과정에서 공동 ‘AX 비전’도 선포할 예정이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의 근본적 전환 없이는 어느 기업도 단기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실행 의지를 담겠다는 설명이다.
조직 체계도 바뀐다. 삼성은 전 관계사에 AI 전담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조직은 각 사의 사업 특성에 맞는 AX 추진 전략 수립, 데이터와 모델 운영 관리, AI 인재 육성 등을 맡는다. 관계사별로 흩어질 수 있는 AI 활용을 체계화하고, 그룹 차원의 실행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안 체계 구축도 핵심 과제다. 삼성은 외부 생성형 AI의 전면 사용을 허용하는 동시에 관련 보안 체계를 정교하게 마련해 AI 활용 확대와 리스크 통제를 함께 추진한다. 생성형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정보 유출과 데이터 관리 우려도 커지는 만큼, 생산성과 보안을 동시에 잡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 AI 대전환을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AI를 일부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의 의사결정과 업무 수행 방식 자체에 AI를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디지털 전환, 모바일 전환 등 거대한 변화와 위기 속에서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AI 대전환’은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의 출발점으로, AI 시대의 기회를 선점하고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