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결혼 '노' 연애 '글쎄'?…'선택'이 된 청춘들의 사랑 [NOW 2.3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6.09 17:12
수정 2026.06.09 17:12

연애·결혼 2030 시선 변화…별개 선택지로 인식

명확한 이유로 설명 어려워…"좋은 사람 만나는데 초점"

비혼 청년 65% "현재 연애 안 해"…이 중 7명 "자발적"

사랑 포기 아닌 방식 재설계…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결혼은 안 할 생각인데 헤어질 생각도 없어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 모(34)씨는 여자친구와 8년째 연애 중이다. 양가 부모 모두 교제 사실을 알고 있고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했지만 두 사람은 아직 결혼 계획이 없다.


박 씨는 "예전에는 연애를 오래 하면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금도 충분히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관계를 더 좋게 만들어준다는 확신도 없다"고 말했다.


연애와 결혼을 바라보는 2030세대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연애와 결혼을 별개의 선택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보다 현재 관계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2.5%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은 41.5%,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3.3%로 집계됐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 응답이 44.8%에 달한 셈이다.


특히 20대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9.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결혼자금 부족(31.3%)이 가장 많이 꼽혔고, 출산·양육 부담(15.4%), 고용상태 불안정(12.9%)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최근 청년층의 결혼관 변화를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서울 강남의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한 상담팀장은 "예전에는 결혼 자체를 목표로 가입하는 회원이 많았다면 최근 2030 회원들은 우선 좋은 사람을 만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의향은 있지만 시기를 정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회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연애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20대 회원들도 늘고 있으나, 좋은 상대를 만날 기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어서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요구는 여전히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애를 하지 않는 청년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결혼·출산 인식 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비혼 청년의 65%는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연애를 하지 않는 응답자 가운데 70%는 스스로 원해서 연애를 하지 않는 '자발적 비연애' 상태라고 응답했다.


다만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관계에 대한 관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조사에서는 비연애 상태인 청년들 상당수가 향후 연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스타그램(@hyemzzi_toon) 캡쳐.

결혼이라는 제도보다 관계의 만족을 우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32)씨와 최 모(30)씨는 3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다. 양가 부모도 두 사람의 동거 사실을 알고 있지만 결혼식 계획은 없다.


박 씨는 "실질적으로는 부부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결혼식에 수천만원을 쓰기보다 주거비나 여행, 앞으로의 삶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주변에서는 왜 결혼식을 안 하느냐고 묻지만 우리에게는 지금 생활이 더 중요하다"며 "결혼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의 결혼관 변화는 또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대 미혼율은 51.3%로 집계됐다. 30대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과거에는 연애와 결혼이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밟아야 하는 생애 경로로 여겨졌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는 이를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지금의 2030세대에게 연애와 결혼은 더 이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사랑을 포기했다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관계를 선택하고 재설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연애를 하지 않는 것도, 결혼을 하지 않는 것도, 혹은 연애는 하되 결혼은 미루는 것도 모두 하나의 선택지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