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못하면 평가도 뒤처진다…공공기관 AX 전환 가속화 [경평의 시간 ③]
입력 2026.06.05 09:53
수정 2026.06.05 09:54
경평 가점 신설…공기업 AX 경쟁 점화
'보여주기식 AI' 우려…지표 설계가 관건
기관장 평가 부활…AI 성과 압박 가중
관련 이미지. ⓒ김성웅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경평)에 인공지능(AI) 혁신 가점이 처음 도입되면서 공기업들의 전사적 AI 전환(AX)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통해 AI 활용을 통한 생산성 개선과 국민생활 편익 증진을 평가하는 ‘AI 활용 혁신’ 가점 1.5점을 신설했다. 안전일터 조성 가점(1.5점)과 함께 공공기관 혁신을 독려하기 위한 항목으로 도입됐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상장 공기업은 글로벌·민간기업 비교 지표와 함께 AI 기반 기술개발과 경영혁신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한전부터 산단공까지…AI 전환 경쟁 전방위 확산
가점 신설 이후 에너지·인프라 공기업을 중심으로 AI 조직 신설과 플랫폼 구축 경쟁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전은 최근 ‘KEPCO Energy AI Partners’ 협의체를 출범하고 AI 전문기업, 정부기관, 학계와 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전력 수요 예측과 송전망 운영 최적화에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연간 1100억원 규모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발전소를 대상으로 AI 기반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플랫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동남아 전력 AI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중부발전은 ‘비전 2040 경영전략’과 연계해 AI 전환 가속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사내 생성형 AI 서비스 ‘하이코미’를 업무 전반에 연계하고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하이코미 에이전트’ 적용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AI 성숙 단계인 ‘AI 레벨 5단계’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서부발전은 ‘AX 2040’ 전략을 수립해 자율 점검 로봇 확대와 생성형 AI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동서발전은 AI 기반 안전관리와 예측정비 고도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지역난방공사는 AX 혁신자문단과 추진 조직을 신설하고 열수요 예측, 경제운전 최적화, 설비 진단 등에 AI를 적용하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당진기지 AI 플랜트 구축을 통해 AI·빅데이터 기반 설비 운영 체계를 도입했다.
에너지 분야 외 기관도 마찬가지다. 한국도로공사는 생성형 AI 업무 비서와 AI 기반 도로파손 자동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체 AI 시스템 ‘로디’를 구축해 도로 설계와 유지관리, 교통 운영 분야에 활용 중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를 AI·로봇 기반 ‘M.AX 클러스터’로 전환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경평이 AX 불붙였다”…‘보여주기식 혁신’ 우려도
공기업들의 AI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데 경평 가점이 직접적인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평 지표가 바뀌면 공기업이 움직이는 건 오랜 패턴”이라며 “AI 가점 신설 이후 각 기관이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투자를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긍정적 시각도 있다. AI 전환은 비용 절감과 안전 강화, 해외사업 확대까지 연결되는 만큼 경평이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보여주기식 AI’ 전락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경평에서 고득점을 위해 평가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외부 컨설팅에 수천만원을 투입했던 관행이 AI 분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상엽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AX 도입 관련 지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보여주기식이 될 수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며 “기관에서 AI 관련 예산을 충분히 설정하고 교육훈련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장 평가 부활도 AI 혁신 경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장이 리더십과 경영계약 이행 성과를 별도로 평가받는 만큼 재임 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AI 전환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 교수는 “챗GPT 등장 이후 디지털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활용의 필요성은 이미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지표가 얼마나 세부적으로 잘 짜여져 있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AX 구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