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호황에 AI 더했다…K-조선 '슈퍼사이클 시즌2' 기대감
입력 2026.06.04 16:12
수정 2026.06.04 16:13
고부가 선박 호황 속 슈퍼사이클 지속
AI 전력난에 발전용 엔진 수요 증설 검토
바다 위 데이터센터 'FDC' 차세대 먹거리 부상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데이터센터 조감도 ⓒ삼성중공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조선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국내 조선 기업들이 발전용 엔진과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제2의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는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서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주력 선종의 수익성이 개선된 데 이어 안정적인 수주 환경까지 뒷받침되면서 업황 회복을 넘어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전력난에 뜨는 ‘발전용 엔진’
기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확산도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48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50TWh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발전설비 공급과 송전망 구축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 확보가 AI 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먼저 수혜를 보고 있는 분야는 발전용 엔진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핵심인 대형 가스터빈과 송전망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설 인근에서 중속 엔진을 사용해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온사이트’ 발전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송전망이 부족하거나 전력 인허가가 늦어도 비교적 빠르게 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에너지 개발 업체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AEG)과 ‘힘센엔진’ 기반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공급 규모는 684메가와트(MW)로 계약 금액은 6271억원에 달한다. 이는 발전용 엔진 분야 최대 규모다.
회사는 최근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울산교육단지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중속 엔진 생산력을 연 1000대 수준에서 1300대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래 먹거리는 ‘바다 위 데이터센터’
현재 AI 특수의 수혜가 발전용 엔진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가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고 있지만 육지에서는 부지 확보와 인허가, 냉각 문제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이나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FDC가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국내 조선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FDC 프로젝트의 투자처 발굴부터 시장 분석, 경제성 검증, 핵심 기술 확보 등을 위한 글로벌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선급(ABS)과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50MW급 FDC 설계에 대한 개념승인(AiP)을 획득했다. 이어 세계 최대 선박 박람회인 ‘포시도니아 2026’에서는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로이드선급과 사업 협력에 나섰다. 미국 AI 서버 기업 수퍼마이크로와도 공동 개발 체계를 구축하며 관련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또한 FDD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조선사들이 보유한 해양 구조물 설계·건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FDC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전력과 부지 확보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