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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플라자] 선거가 끝나면 고쳐야 할 것들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04 07:00
수정 2026.06.04 07:00

선거는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

교육감 선거, 중립 가면 벗고 러닝메이트제로

후보 3명 중 1명이 전과자…공직 문턱부터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지금 고쳐야

제9회 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오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투표함이 놓여져 있다. ⓒ 뉴시스

좋은 민주주의는 좋은 시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늘, 누구는 속이 쓰리고 누구는 괜한 웃음이 나올 것이다.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자부하거나,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세상을 탓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흥분하지 않았으면 한다. 선거는 마침표가 아니다. 우리의 내일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머리를 숙이던 정치인들은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 것이고, 그들의 약속은 꼭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조만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선거만 끝나면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다" 혹은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식의 편리하고도 얄팍한 요설마저 당당하게 등장하지 않던가.


정치권과 언론은 분주하게 결과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누가 이겼고 누가 졌는지, 무엇이 민심이었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정치개혁과 제도개선에 대한 백가쟁명식 주장이다.


결선투표제, 주민소환제의 실효성 강화, 지방 행정과 광역의회의 양당 독식을 막을 선거제도 개편, 비례대표 확대, 선거구 획정 방식 개선 등 다양한 처방전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논의는 반복되지만 진전은 더디고,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실행 단계에서는 번번이 멈춰 선다.


그렇다고 매번 도돌이표를 반복해야 하나?


이제 정치권의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적 상식에 기초하고 공감하는 과제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우선 교육감 선거다.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다. 그래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정당 공천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선거 때마다 보수 단일후보, 진보 단일후보라는 이름이 버젓이 등장한다. 정당 공천만 없을 뿐 정치적 성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정파성의 박스갈이에 불과하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꼼수다. 오히려 비교육적인 위선에 가깝다.


더욱이 선거 분위기에 휩쓸려 후보에 대해 충분한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심지어 후보의 이름조차 모른 채, 마치 다른 선거의 서비스 상품처럼 끼워 팔리듯 선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육청은 광역단체와 유기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교부금과 전입금으로 살림을 꾸리고,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받는다. 자치행정과 교육행정이 어긋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단체장과 교육감이 호흡을 맞추어 정책을 책임지는 구조로 가는 것이 책임 행정의 순리다. 또한 유권자가 행정과 교육의 방향을 예측 가능하게 하고, 책임 귀속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솔직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선거를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정체성을 숨긴 채 중립을 주장하는 것보다 책임과 방향을 분명히 밝히고 선택받는 편이 오히려 더 교육적이다.


더불어 매번 선거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유독 정치인의 공직 진출 문턱은 너무 허술하지 않은가?


물론 최종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자질과 능력, 그리고 됨됨이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공부할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하고, 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려 해도 국어, 영어, 한국사 같은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응시 가능하다. 더욱이 공무원 임용에는 엄격한 신원조회와 전과 조회가 뒤따른다.


그런데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공직을 맡겠다는 정치인에게는 정작 최소한의 공직 적합성을 검증하는 장치가 빈약하다. 가끔 함량 미달의 정치인들을 보면 '기본 정치능력시험'이라도 만들어 최소한의 자격 검증을 거친 사람만 출마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발랄한 상상조차 들 때가 있다.


물론 시험으로 정치인을 뽑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유권자가 후보의 자질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 특히 선택지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우리 선거 구조에서, 적어도 정당 공천 과정에서만큼은 공직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과 자격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번 선거 역시 적지 않은 전과 이력 후보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렸다.


후보자 3명 중 1명꼴로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유권자가 모든 후보의 전과 이력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 역시 제도의 허점이다.


사회는 누구에게나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나 공직은 일반 직업과 다르다. 국민을 대표하고 법을 만들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특히 공무집행방해, 공직자 폭행, 음주운전 같은 범죄는 공동체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다. 만약 일반 공직자라면 중징계나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공무원은 퇴출 대상인데 정치인은 면죄부를 받고 버젓이 활개를 치니, 정치라는 이름만 붙으면 예외가 허용되는 현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의 책임을 가볍게 여긴 이들에게 다시 공직을 맡길 것인지는 제도가 먼저 문턱을 치고, 국민이 보다 엄격하게 판단할 문제다.


여전히 유권자의 합리적 무지를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적 검증장치는 TV 토론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수많은 숏폼 영상과 밈, 자극적인 콘텐츠가 온라인 공간을 뒤덮었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는 빠르게 확산되지만, 그것만으로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수는 없다.


정치가 예능이 되고 선거가 말장난의 경연장으로 전락할 때 민주주의는 가벼워진다.


후보 간 토론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불리를 따져 토론조차 피한다면 유권자는 후보의 준비와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토론 횟수를 대폭 확대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불참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권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공공의 선을 위한 후보자의 도리이기도 하다.


이 아침, 속이 쓰릴지라도, 혹은 괜한 웃음이 나올지라도 든든히 식사하시고 힘차게 출발하시길 바란다.


우리가 마주한 문제도, 고쳐야 할 제도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오늘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시민의 선택을 돕는 좋은 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성장한다.


소는 잃어버렸어도 외양간은 지금 고쳐야 하지 않는가.


글/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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