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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문 잠그니 회사 금고로”…사각지대 ‘사내대출’에 커지는 금융 양극화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6.04 07:03
수정 2026.06.04 07:03

반도체 호황 속 ‘삼전닉스’ 주택대출 복지 확대

주담대 7%인데 사내대출은 연 1.5%, 5억 한도

가계대출 규제 사각지대…자산 격차는 더 벌어져

삼성전자가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1.5%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주택안정 대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자 SK하이닉스 노조도 사내대출 한도 확대를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데일리안DB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8%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반도체 호황을 맞은 대기업들은 억대 성과급에 저리 사내대출까지 복지 혜택으로 마련하면서 금융 및 주거 양극화가 더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반도체 호황을 맞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주택자금 대출 한도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1.5% 초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주택안정 대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5년 고정형) 금리가 연 4.32~7.3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SK하이닉스 노조 측도 현재 연 1.5% 금리에 최대 1억원 수준인 사내대출 한도를 최대 5억원까지 대폭 확대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부동산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하며 주담대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주택자금 마련을 위한 우회 통로가 마련된 셈이다.


사내대출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는 그대로 적용된다.


회사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이나 법인 자금도 채권 회수 안전장치를 위해 지정 은행을 통해 주택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을 취해서다.


은행 주담대와 사내대출을 모두 받더라도 현재 규제로 묶인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의 LTV 40% 규제 한도를 넘을 수는 없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선 벗어나 있다.


사내대출은 금융기관 여신이 아니라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빌려주는 사적 계약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DSR 산정 시 기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억원대 성과급까지 총소득에 반영될 경우, 대기업 임직원들은 일반 차주 대비 대출 한도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소득 수준에 따른 DSR 제한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대출 한도 만큼 꽉 채워 받을 여지가 커졌다.


정부의 대출 규제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대기업 임직원들의 자금조달 여력이 확대되면서 금융자산 양극화가 더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선 “노비 생활도 역시 대감집에서 해야 한다”, “직장 타이틀 따라 주거 사다리 퀄리티도 달라진다”, “누구는 수억씩 대출 당겨 집 살 고민하고, 누구는 몇 푼이라도 아껴 집 사려고 계산기나 두드린다” 등의 자조적인 반응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현재로선 사내대출 관련 별도의 규제를 검토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사내대출은 금융업법이 아닌 고용노동부의 근로복지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아 부처 간 칸막이를 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사적 계약 형태의 임직원 복지를 정부가 강제할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다.


일각에선 사내대출이 자칫 기업 전반으로 확산해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차주의 실제 원리금 상환 능력을 파악하기가 까다로워지는 만큼 잠재적 부실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단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와 주거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선례가 나온 만큼 사내대출을 통해 임직원들의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복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내대출로 집값이 들썩이진 않겠지만, 대기업 임직원들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진입이 수월해졌단 점에서 자산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도권 밖의 주택자금 지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은행들은 가계부채의 질적 관리를 위해 또 다른 리스크 관리 방안을 재차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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