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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러브콜’…뻗어 나가는 한국 SF 소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6.03 16:31
수정 2026.06.03 16:31

해외 문학상서 두각

애니메이션, 영화로 확대

의미와 재미 다 잡는 한국 SF 소설

해외 문학상 후보에 대거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애니메이션으로 또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며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인정받기도 한다. ‘비인기 장르’로 꼽히던 한국 SF(공상 과학)가 소설 분야에서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SF 장르 최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커스상 최종 후보에 대거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천선란 작가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김성일 작가의 ‘메르시아의 별’, 정보라 작가의 ‘붉은 칼’·‘한밤의 시간표’등이 이름을 올렸는데, 총 10편 중 4편이 한국 작품이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돼 로커스상 후보에 오른 것도 의미 있지만, 권위 있는 해외 문학상에 이렇듯 여러 편이 한꺼번에 이름을 올린 것은 한국 SF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31일 열린 시상식에서 덴마크 작가 솔베이 발레가 쓴 ‘부피 계산에 관하여 3권’(On the Calculation of Volume Ⅲ)가 호명되며 결국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작가를 향한 해외 시장의 뚜렷한 관심은 확인할 수 있었다.


뮤지컬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뻗어 나가며 그 매력을 입증하고 있다.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은 뮤지컬로 확장된 바 있다.


김초엽 작가가 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현재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의 원작으로 활용됐으며, 김보영 작가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한때는 ‘비인기 장르’로 꼽힌 SF지만, 지금은 좋은 원작을 찾는 콘텐츠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문학 전반을 향한 높아진 관심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물론, 2024년 김혜순 시인은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을 수상하는 등 한국의 작가들이 권위 있는 해외 문학상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위상을 높여왔다.


지난해 정보라 작가는 세계 3대 SF 문학상 필립 K. 딕 상 최종후보, 이금이 작가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4월에는 한강 작가가 ‘작별하지 않는다’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 분야에서 처음으로 번역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K-문학의 ‘장벽’이 완벽하게 허물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높아진 한국 문학을 향한 관심이 SF 장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형’ SF의 뚜렷한 장점도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SF적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압축 성장에 극한 경쟁, 빠른 고령화, 첨단 기술 상용화까지. 이런 SF적인 상황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는 전 세계에서도 한국이 손꼽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을 이미 겪고 있는 한국 작가가 쓴 SF를, 해외 독자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뮤지컬로, 할리우드 영화로 다양하게 뻗어나가고 있는 ‘천개의 파랑’은 동물과 로봇 그리고 인간까지. 종을 넘어선 이들의 아름답고 찬란한 회복의 연대로 호평 받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의 한 단면을 섬세하게 반영한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이 작품에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짚고, 빠른 기술 발전 속 소외된 이들을 아우르는 등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했었다.


‘개성’ 있고, ‘탄탄한’ 글을 바탕으로, 흥행에 성공하는 SF 작품이 늘고 있는 만큼, ‘비인기 장르’라는 꼬리표를 뗄 날도 멀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 SF 소설의 강점을 언급한 관계자는 “SF 장르 자체의 힘이 부족한 게 아니라, 한국 출판시장 내 SF 작품이 부족한 것이 ‘비인기’의 이유”라고 짚으며 “결국 잘 팔리기 위해선 ‘좋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멀리, 오래간다”며 좋은 작품이 쌓이다 보면, SF가 주류 장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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