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높이는 난청…"인공와우, 적기 수술이 결과 좌우"[인터뷰]
입력 2026.06.01 14:17
수정 2026.06.01 14:18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인터뷰
2021년 난청 환자 74만명…2050년 700만명 전망
“난청, 청력 문제 넘어 인지기능·삶의 질에 영향”
“적절한 시기 놓치면 기대만큼 효과 얻기 어려워”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5월 27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난청은 더 이상 단순한 청력 저하 질환이 아니다.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사회적 고립과 인지기능 저하, 치매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난청 환자는 74만2242명으로, 대한이과학회는 국내 난청 인구가 2050년 최대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공와우는 보청기로도 청력 회복이 어려운 고도·심도 난청 환자의 대표적인 청각 재활 치료법으로 꼽힌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인공와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 자체보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난청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인공와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고립·치매 위험 높이는 ‘난청’
난청으로 청각 자극이 감소하면 뇌가 부족한 소리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뇌 위축과 인지기능 저하로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공와우는 보청기로도 청력 회복이 어려운 고도·심도 난청 환자의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소리를 전달하는 청각 재활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양측 심도 난청 환자뿐 아니라 잔존 청력이 남아 있는 환자와 일측성 난청 환자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인공와우가 단순한 의료기기를 넘어 환자의 삶 자체를 바꾸는 치료라고 평가했다.
난청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말소리 이해가 어려운 상태를 의미하며, 뇌에 소리를 전달하는 외이, 중이, 내이 및 신경전달경로 중 어느 부분의 이상으로 생긴다. 전음성 난청·감각신경성 난청·혼합성 난청 등으로 구분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최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가 적절한 시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지 못하면 언어를 습득하기 어렵고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큰 제약이 생긴다”며 “소아에게 인공와우는 언어 발달과 사회 적응을 위한 필수 치료”라고 말했다.
성인의 경우에는 사회적 고립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청력을 잃으면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워지고 자연스럽게 모임이나 사회활동을 피하게 된다”며 “결국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창기에는 양쪽 귀 모두 거의 듣지 못하는 양측 심도 난청 환자만 수술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일부 청력이 남아 있는 환자나 한쪽 귀만 청력이 떨어진 일측성 난청 환자에게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조금이라도 청력이 남아 있으면 수술을 망설였지만, 인공와우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술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와우, 만능 키 아니다…타이밍이 성패 좌우”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최 교수가 가장 강조한 것은 수술 시기다. 그는 “인공와우는 타이밍이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듣는 뇌가 퇴화하기 전에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선천성 난청 아동은 생후 수개월 내 수술이 권장되지만, 수십 년이 지난 뒤 수술하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성인 역시 마찬가지다. 최 교수는 “난청이 진행된 뒤 오랜 기간 방치하면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기능이 점차 퇴화한다”며 “완전히 못 듣게 된 이후 20~30년이 지나 수술을 받는 경우에는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성인 인공와우 수술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양측 고도 난청(70데시벨 이상) 환자 중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어음변별력 또는 문장언어평가 결과가 50% 이하인 경우 한쪽 귀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기 비용과 검사비, 수술비, 입원비 등을 포함해 약 30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가운데 환자 부담금은 약 600만~7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럼에도 국내 인공와우 수술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 교수는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 환자에게 인공와우는 사실상 유일한 치료 대안이지만, 국내 인공와우 수술 보급률은 17.6% 수준에 불과하다”며 “인공와우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공와우 기술 자체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최 교수는 향후 기술 발전 방향으로 완전이식형 인공와우와 유전자 치료의 결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외부 장치가 필요 없는 완전이식형 인공와우는 향후 5~10년 안에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유전자 치료와 인공와우 기술이 결합해 현재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공와우 치료의 핵심은 적절한 시기에 환자에게 소리를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기술 발전과 함께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