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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품에서 기준 잡아”…류해준의 터닝포인트가 될 ‘허수아비’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5.31 14:01
수정 2026.06.01 08:38

막내 형사 대호 역

패기 가득한 신입에서 시신 유기 공범까지

'반전'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

열정 가득한 형사에서 시신 유기 공범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허수아비’에서 막내 형사 대호를 연기한 류해준이 ‘반전’ 있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긴 호흡의 작품을, 선배들과 함께하는 감사한 기회를 만나 ‘특별한’ 작품이 됐다.


ⓒ하이지음스튜디오

류해준이 연기한 박대호는 강태주(박해수 분)를 따르는 열정 가득한 강성경찰서 막내 형사다. 아직 미숙하지만, 성실하게 사건을 대하며 신뢰를 쌓던 중, 시신 유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 아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를 질문하데, 이때 대호가 메시지를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처음부터 ‘반전’을 염두에 두고 연기한 것은 아니었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귀띔은 받았지만, 후반부 충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열정’이 넘치는 ‘막내’를 이질감 없이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박해수, 곽선영, 이희준 등 묵직한 연기를 펼치는 선배 배우들 사이, 튀지 않으면서도 풋풋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저도 많이 놀랐다. 대호가 결국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에 대해 감독, 작가님도 고민을 하신 것 같다. 결국엔 충격적인 선택을 보여주게 됐는데, 저도 많이 놀랐다. 처음엔 대호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다. 원래는 역할을 맡으면 자료, 다큐멘터리 등을 찾으며 빠져드는 편인데, 이번엔 너무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더라. 무게감 있는 작품, 선배들 사이에 ‘스며들고자’ 노력했다. 후반부 반전은 아예 모르고 깨끗한 상태여야 시청자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막내’ 형사의 클리셰를 좇고 싶지는 않았다.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배우들이 막내 역할을 소화했지만 ‘허수아비’는 그 무게감이 남달랐던 작품이다. ‘허수아비’만의 톤과 대호 특유의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KT스튜디오지니

“기본적으로 열정도 있고, 패기도 있지만 조금 어리숙한 모습이 있다. 다만 막내 형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톤은 가지고 가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중, 후반부로 가면서 생성되는 메시지들도 있지 않나. 톤이 너무 튀면 안 될 것 같아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박해서 선배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대화도 많이 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해나갔다.”


극 중 태주를 따르는 대호처럼, 류해준 또한 박해수를 따르며 배웠다. “선배들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었다는 류해준은 “선배들의 품에서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박해수 선배님을 많이 관찰했다. 첫 만남에서부터 존경하고, 따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선배님의 전 작품들이 세고 강렬한 캐릭터가 많아 무섭기도 했다. 내게는 너무 ‘대스타’이고 ‘대선배’였다. 그런데 만나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존경하고 동경하게 됐다. 그 마음이 캐릭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저를 그냥 동료로 대해주셨다. 아이디어도 많이 물어봐 주시고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다’며 조언도 해주셨다.”


캐릭터의 무게감은 덜어내려 노력했지만, 책임감만큼은 컸다. 실화가 바탕인 작품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게 된 만큼, 모두가 진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모든 배우들,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이 정말 한마음 한뜻으로 임했다. 이 작품은 그냥 스릴러 드라마가 아니길 바랐다. 소모되는 작품이 아니라 잘 마무리를 해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런 마음으로 디테일을 채워나가다 보니, 시청자들도 몰입을 해주신 것 같다.”


ⓒ하이지음스튜디오

이 과정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것도 감사했지만, 좋은 선배들과 좋은 작품에서 함께할 수 있어 ‘허수아비’가 더 특별했다. 가장 많은 연기 호흡을 맞추며 조언을 건넸던 박해수는 물론, 이희준과 곽선영, 정문성 등 류해준은 선배 배우들을 한 명, 한 명 언급하며 이번 작품이 남긴 소중한 것들을 짚었다.


“이제 어디 가면 막내가 되기 힘든 나이다. 그래서 ‘늦기 전에 선배님들 품에 한번 안겨서 많이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아 내가 이런 선배들을 만나려고, 이런 현장에 던져지려고 여태 이런 기회가 없었나 보다’ 싶을 만큼 이번에 큰 것들을 배웠다. 모든 선배들이 정말 살아있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를 가지고 계셨다. 자연스럽게 리액션하게 되는 그런 에너지를 갖고 계시더라. 보면서 ‘저게 진짜 경력이고, 선배구나’라는 걸 느꼈다.”


‘허수아비’ 이후에도 최대한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허수아비’로 호평을 받았지만, ‘만족은 없다’는 류해준은 차근차근 만족도를 높여나가며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저는 제 작품들을 늘 복기한다. 어떤 장면은 편안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장면은 내 역량만큼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런데 아마 모든 배우들이 그럴 것이다. 죽을 때까지 100% 만족하는 연기를 못 할 수도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만족도가 50% 이하라면, 그것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앞으로 성장하고, 연륜이 생기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더 깊고, 더 멀리 갈 수 있으려면, 그 복기 과정이 힘들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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