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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야, 냉면집 주차 돼?”…말 통하는 국민 세단의 등장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5.31 09:00
수정 2026.05.31 09:00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시승

플레오스 커넥트·글레오 AI, 현대차그룹 최초 적용

외관은 중후함 덜고 스포티함 더해…리어램프 위치 개선

더 뉴 그랜저 ⓒ현대자동차

그랜저만큼 설명이 필요 없는 차가 또 있을까. 1986년 등장 이후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상징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가족 세단의 대명사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선택지였다. 변화가 너무 과감하면 소비자가 놀라고, 너무 얌전하면 새로울 게 없다는 말을 듣는 것도 '그랜저'이기 때문에 감당해야할 숙명인 듯 하다.


4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더 뉴 그랜저에서는 이런 고민이 아주 잘 드러났다. 4년 전 너무 큰 변화를 감행한 탓일까,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지만 현대차그룹 최초로 실내에 '대화면'을 집어넣었다. 작지만 대단히 큰 변화다.


과연 소비자들은 더 뉴 그랜저의 변화를 반길까, 아쉬워할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더 뉴 그랜저 2.5 캘리그래피 풀옵션 모델, 가격은 5772만원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 춘천시의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약 100km의 코스로, 고속도로부터 좁은 시골길까지 두루 달려봤다.


더 뉴 그랜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첫인상은 확실히 가벼워졌다. 기존 그랜저가 묵직하고 두툼한 전면부로 중후한 인상을 앞세웠다면, 신형 그랜저는 무게감을 걷어내고 날렵함을 더했다. 전면부가 가벼워지니 5m를 넘기는 커다란 차체도 둔해보이지 않게 됐다.


4년 전 모두에게 당혹감을 줬던 얼굴이 이제는 겨우 익숙해진 만큼, 전반적인 디자인은 몇년 더 쓰기로 한 듯 하다. 다만 주간주행등은 기존보다 더 얇아졌고, 메시패턴 그릴은 양쪽 끝부분이 대각선으로 처리되면서 스포티함이 더해졌다. 생김새를 떠나 기존 그랜저의 두툼함에 만족했던 이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더 뉴 그랜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후면부는 작지만 꼭 필요했던 변화를 이뤄냈다. 기존 모델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던 방향지시등 램프 위치가 상단으로 올라오면서다. 제 아무리 매달 수천대씩 팔려나가는 국민 세단이라도 보기좋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디자인은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폭 개선됐지만, 문을 열면 변화가 분명해진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를 통틀어 본 적 없던 중앙 대형 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탑재됐기 때문이다. 내부가 고급스럽게 가꿔져있지 않았다면 테슬라와 헷갈릴 수 있을 정도다.



더 뉴 그랜저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17인치의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켜니 국민 플래그십 세단의 '신형' 모델임이 비로소 실감났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된 모델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나아가는 현대차그룹의 첫 실험 모델이자, 야심작이다.


널찍한 화면은 좌우 1:2 비율로 나눠 왼쪽에는 차의 상태 및 주행 정보를,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을 띄운다. 하단에는 스마트폰 홈 화면의 앱처럼 자주 쓰는 기능을 배치해뒀다. 스마트폰처럼 앱의 위치를 드래그해 바꾸고, 이동할 수도 있다. 그랜저에서 쓰려니 낯설지만, 작동 형식이 스마트폰과 유사해 몇번 사용하다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국산 대표 브랜드답게 모든 기능을 화면 안에만 구겨 넣는 방식은 피했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공조, 미디어, 비상등처럼 자주 쓰는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남기면서다. 첨단에 발맞추기 위해 디스플레이 이곳 저곳을 죄다 눌러봐야하는 요즘 차들보다 훨씬 편리하게 느껴졌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배치된 주요 물리버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차량 안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타사 차량에서도 본 적 없는 신기술이다. 외부 업체에서 개발한 미디어 스트리밍, 게임 등을 앱 마켓을 통해 자유롭게 설치해 스마트폰처럼 차 안의 기능이 계속 늘어난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차그룹 최초 적용된 차량이기 때문에 다운받을 만한 앱이 늘어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겠다.


AI 비서 '글레오'는 기존에 탑재됐던 음성명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학력을 갖췄다. 기존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말의 맥락을 알아듣는다. "포천 카페 OO로 가줘" 라고 말한 후에, "그 근처에 맛집도 알려줘"라고 말하면 기존의 대화를 기억해 추가 답변을 제안하는 식이다.


음성 명령을 하는 사람이 앉은 좌석도 용케 알아낸다. 운전석에서 덥다고 하면 운전석 창문을, 조수석에서 덥다고하면 조수석 창문을 열어준다.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 기능도 향후에는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추가된다고 하니, 업데이트가 이뤄질 때마다 '또 어떤 기능이 생길까' 기대하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스티어링 휠 뒷쪽에 배치된 작은 디스플레이. 계기판 역할을 한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실내 디자인도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에 맞게 곳곳을 손봤다. 스티어링 휠 위쪽이 평평하게 다듬어지면서 더블 D컷 형태로 바뀌었는데, 단순히 멋을 낸 것이 아니라 계기판 역할을 하는 슬림 디스플레이 시야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전자식 변속 레버 위치와 조작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처럼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위아래로 밀어 조작하는 형태다. 기존 방식에서 굳이 바꾼 이유를 찾지는 못했으나, 몇 번 움직여보니 생각보다 금세 손에 익었다.


플레오스 커넥트와 글레오 AI외에 처음 적용된 '스마트 비전 루프'도 꽤 흥미롭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리로 된 천장이 처음 도입됐는데, 이 유리의 투명도를 설정하는 기능이다.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고 닫는 버튼이 위치한 곳에 투명도 버튼이 배치됐는데, 버튼을 누르면 루프의 일부가 불투명해졌다가 다시 투명해진다. 앞좌석과 뒷좌석의 투명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고, 디스플레이 속에서 조절하면 유리를 6분할로 나눠 설정할 수도 있다.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기 보다는, 동승객들에게 보여줄 묘기 정도로 생각하는게 좋겠다.


스마트 비전 루프의 투명도를 6분할로 나눠 설정한 모습.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가속 페달을 밟은 후에는 어떨까. 가솔린 2.5 엔진 모델을 시승한 터라 기존 모델 대비 동력 성능이 개선됐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으나, 그랜저와 잘 어울리는 여유로운 성격은 그대로다. 출발은 부드럽고, 가속은 점진적이다. 터보 엔진처럼 초반부터 힘을 확 밀어붙이는 맛은 없지만,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반응이 있다.


다만 승차감에 있어서는 기존 대비 상당부분 개선됐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도심 구간, 맨홀과 작은 요철을 지날 때 차체가 받아내는 느낌이 한층 정돈됐다. 충격 뒤에 남는 잔진동을 더 빨리 지우는 쪽으로 다듬어진 느낌이다.


시승 후 기록한 연비는 10.2km/ℓ. 2.5 가솔린 대형 세단이라는 점,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섞어 달린 조건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물론 연비 18km/ℓ는 이제 우스워진 하이브리드 시대인 만큼,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기존과 완전히 다른 차가 됐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낯선 기술을 얹었지만 그랜저 자체의 성격은 그대로였다. 고급 세단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차 안의 경험만 스마트한 방향으로 옮겼다. 그랜저가 갑자기 젊은 척을 하거나, 기술 자랑에 취해 본분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 상당한 장점으로 다가갈 듯 하다.


▲타깃

-플레오스 커넥트,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얼리어답터

-고급감, 신기술 무엇 하나 놓치기 싫은 당신


▲주의할 점

-글레오는 분명히 똑똑하지만, 자비스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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