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현물ETF·스테이블코인도 멈췄다…표류하는 가상자산 공약
입력 2026.05.28 07:02
수정 2026.05.28 07:02
현물ETF·원화 스테이블코인·디지털자산기본법 모두 지지부진
특금법·과세 논란 확산…업계 “육성보다 규제 체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비트코인 현물ETF 도입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체감 변화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당시 “대한민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가상자산 산업 육성 의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취임 1년이 다 돼가는 현재 시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규제 압박만 더 거세졌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과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을 약속하며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을 공언했다.
정부 역시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연내 추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현실적인 제도 장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이나 일반상품으로 보지 않고 있어 현행 체계에서는 사실상 현물 ETF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발행 주체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의 시각차가 이어지면서 제도화 논의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디지털자산기본법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 후속 입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실제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논의가 나오다가도 다른 이슈가 생기면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을 압박하는 규제 논의는 무서운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있다.
개정안에는 1000만원 이상 해외 이전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 보고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가 국경 간 거래를 위축시키고 국내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참여 제한과 원화계좌 규제 등으로 폐쇄성이 높은 국내 시장이 글로벌 흐름과 단절된 ‘갈라파고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들의 부담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모니터링과 심사 업무 증가로 전담 조직 확대와 고객 대응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7년부터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최근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공개 일주일 만에 동의자 수 5만명을 넘기며 상임위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산업 육성이나 제도 정비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과세만 먼저 추진되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그나마 속도를 내는 듯했던 STO(토큰증권) 역시 시장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STO 제도화 기반은 마련됐다.
하지만 장외거래소 인가 과정에서 루센트블록과 NXT컨소시엄 간 기술 탈취 의혹이 불거졌고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진행 중이다.
금융위 역시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NXT컨소시엄 인가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실제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멈춰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현물 ETF가 안착하고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RWA) 경쟁이 본격화되며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데, 국내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규제 틀 안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며 “지금 같은 규제 일변도의 분위기라면 한국은 디지털자산 허브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