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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마감 D-1…가결 유력해도 노노·주주 후폭풍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26 10:43
수정 2026.05.26 10:43

투표율 90% 육박에 가결 전망 우세

DX 중심 동행노조, 투표 중지 '가처분'

주주단체도 주주명부 열람 수순

성과급 논란 그룹 전반 확산 조짐도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마감을 하루 앞두고 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투표율이 90%에 육박하면서 총파업 리스크는 낮아지는 분위기지만, 반도체와 비반도체 부문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노노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여기에 주주단체의 주주명부 열람과 법적 대응, 계열사로 번지는 성과급 산정 방식 개편 요구까지 맞물리면서 합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삼성 안팎의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는 27일 오전 10시 마감된다. 26일 오전 기준 투표율은 89.2%로, 전체 투표권자 5만7302명 가운데 5만명이 넘는 조합원이 이미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역시 투표 대상자 8000여명 가운데 80% 이상이 투표를 마쳤다.


조합원 과반 참여에 과반 찬성이면 합의안은 가결되는 만큼 투표 요건은 사실상 충족된 상태다. 이에 업계는 가결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비중이 큰 데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 수혜도 DS 부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합의안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되 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지급 한도는 두지 않는 구조로 알려졌다.


문제는 보상 격차다. 연봉 1억원 기준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기존 OPI와 특별경영성과급을 합쳐 최대 6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는 반면, 모바일·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은 600만원 수준의 자사주 지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100배 창인 셈이다. 이 때문에 DX 구성원 사이에서는 "삼성전자는 종합전자회사인데 임금협상은 사실상 메모리 중심으로 흘렀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전·모바일 등 DX 부문 중심으로 구성된 3대 노조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노조가 26일 수원지법에 노사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뉴시스
DX 중심 동행노조, 수원지법에 투표 가처분 신청


이 같은 노노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옮겨붙었다. DX 부문 직원 중심의 3대 노조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노조는 이날 수원지법에 찬반투표 절차 중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동행노조는 이날 오전 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초기업노조의 투표권 배제 결정이 절차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잠정합의안 체결 직후에는 찬반투표 참여를 요청해놓고, 당일 저녁 돌연 투표권이 없다고 통보한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조치라는 것이다.


동행노조는 특히 DX 부문 조합원들의 반대표 결집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초기업노조가 기습적으로 투표권을 박탈했다고 반발했다.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 의사를 밝힌 사실은 있지만, 이를 이유로 소수 노조를 찬반투표 절차에서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가처분 결과는 막판 최대 변수로 꼽힌다. 법원이 투표 중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현재 진행 중인 투표 절차가 일시 중단되거나 기존 투표의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잠정합의안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고, 노사 관계는 다시 파업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면 투표는 예정대로 27일 오전 10시 마감되고, DS 부문 중심의 높은 참여율을 바탕으로 가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행노조는 법원의 가처분 판단이 나오기 전 찬반투표가 종료될 경우, 잠정합의안 자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추가로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재용 동행노조 위원장은 "대표 노조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 소수 노조의 평등권과 투표권도 보장해야 한다"며 "같은 울타리 안에서는 모든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단체, 주주명부 확보 뒤 소액주주 결집 나서

회사 밖에서는 주주들의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가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단체는 주주명부를 확보한 뒤 소액주주 결집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요건인 지분 1.5%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체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주주단체의 문제의식은 회사의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 보상 체계가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인 이익 처분 행위를 침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임직원 성과급은 노사 협상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영업이익 등 회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누는 구조는 주주 의결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주주총회 표 대결과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논란은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삼성전자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아온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도 성과급 산정 방식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에 영업성과 연동형 특별성과급이 제도화될 경우, 다른 사업장과 계열사에서도 "성과에 맞는 보상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


정부와 시장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총파업 가능성이 거론될 때부터 반도체 생산 차질과 협력망 불안, 수출 영향 우려로 확대됐다. 이번 투표가 가결되면 총파업 리스크는 일단 낮아지지만, 부결되거나 가처분 인용으로 절차가 중단될 경우 노사 협상은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이 24시간 연속 공정으로 운영되는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생산 차질 우려도 재부상할 수 있다.


결국 27일 오전 투표 마감은 또 한번의 삼성전자 노사 갈등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가결 시 올해 임금협상은 일단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지만, DX와 비메모리 부문의 반발, 주주단체의 법적 대응, 계열사 성과급 요구라는 후폭풍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결 시에는 잠정합의안이 무효가 되고, 총파업 가능성까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투표 결과와 별개로 내부 보상 형평성, 주주 설득, 그룹 전반의 성과급 체계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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