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캠·먹방·숏폼…10대는 어디서 몸의 기준을 배우나 [10대 신체 이미지 왜곡 ②]
입력 2026.05.23 14:10
수정 2026.05.23 14:10
‘많이 먹되 말라라’ 미디어가 심은 모순적 욕망…알고리즘 타고 굳어지는 성장기 ‘획일화된 신체 기준’
10대들이 보는 스마트폰 화면 속 아이돌 직캠에는 잘 관리된 마른 몸, 긴 팔다리, 선명한 복근이 비춰진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으로 시선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연예인 식단’, ‘일주일 동안 5kg 급찐급빠’, ‘공복 운동’, ‘클린걸의 하루 식단’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들은 아직 성장 중인 10대들에게 ‘획일화된 신체 기준’을 만든다. 개인의 신체와 환경 그리고 아직 발달 중이라는 과정을 모두 고려하지 않은 채 제시된다.
SNS에 다이어트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숏폼. ⓒ인스타그램
문제는 이러한 신체의 기준은 하나의 콘텐츠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돌 직캠, 다이어트 브이로그, 먹방, 숏폼 챌린지가 서로 다른 장르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반복하는 메시지는 비슷하다. 많이 먹어도 말라야 하고, 바쁘게 살아도 관리돼 있어야 하며, 화면에 나오는 몸은 늘 보기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신체상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이상의·이숙정 연구자는 2019년 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지 ‘커뮤니케이션학 연구’에 발표한 논문 '소셜미디어 이용이 청소년의 신체상에 미치는 영향: 외모 대화, 마른 몸매의 내면화, 외모 상향 비교, 신체 불만족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에서 중·고등학생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소셜미디어 이용과 신체불만족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소셜미디어에서 관계유지 활동을 자주 하거나 유튜브 뷰티·건강 콘텐츠를 자주 이용할수록 친구들과 부정적인 외모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모 관련 부정적 대화를 자주 나눌수록 마른 몸매를 내면화하고 이상적 외모와 자신의 신체를 비교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외모 상향 비교가 많을수록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청소년의 몸 강박이 콘텐츠 시청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면 속 몸은 또래 사이 외모 대화로 옮겨가고, 그 대화는 다시 마른 몸매를 이상적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연결된다. 아이돌 직캠이나 다이어트 숏폼을 본 뒤 친구들과 몸매를 이야기하고, 특정 연예인의 이름을 미의 기준처럼 부르는 문화도 이 흐름 안에서 볼 수 있다.
먹방 콘텐츠는 이 모순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먹방은 매운 떡볶이, 마라탕 등 빨갛고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주제로 삼아 한 입 가득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콘텐츠다. 그러나 시청자는 동시에 출연자가 보기 좋게 말라 있기를 기대한다. ‘잘 먹는 사람’과 ‘관리된 몸’이라는 상반된 요구가 한 사람에게 동시에 부과된다.
질병관리청이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먹방·쿡방 시청과 식습관 영향을 조사한 결과, 먹방·쿡방 시청 후 영향에서는 ‘따라 먹거나 조리하기’가 20.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화면 속 음식은 볼거리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식습관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모방이 음식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먹방을 본 뒤 음식을 따라 먹는 것처럼, 다이어트 숏폼을 본 뒤 식단을 따라 하고, 아이돌 직캠을 본 뒤 몸의 기준을 따라 상상하는 일도 벌어진다. 영상 속 인물은 촬영을 위해 하루 중 일부 장면만 보여주지만, 시청자는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한다. 한 번 본 영상과 유사한 콘텐츠가 계속 추천되는 플랫폼 환경에서는 특정 음식, 특정 식단, 특정 몸의 이미지가 더 쉽게 기준처럼 굳어진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 상태나 촬영·편집의 맥락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먹방은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만 남고, 다이어트 영상은 ‘얼마나 빨리 빠졌는지’만 강조된다. 결과만 남고 과정은 지워지는 셈이다. 청소년들이 화면 속 장면을 현실의 기준으로 받아들일 때, 먹는 방식과 빼는 방식 모두 왜곡될 수 있다.
이 모순은 지난해 대식 먹방 크리에이터 입짧은햇님 논란에서도 드러났다. 입짧은햇님은 2025년 12월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이른바 ‘주사 이모’ 시술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마약류 식욕억제제 ‘나비약’ 의혹까지 함께 제기되면서 먹방 콘텐츠와 외모 강박, 약물 다이어트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다.
나비약 ⓒ뉴시스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는 비만 환자의 단기 체중감량 보조용으로 허가된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용 목적 복용은 허가 범위를 벗어난 사용이며, 불안·두근거림·불면·의존 위험 등 부작용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실제 비만 치료 목적을 벗어난 처방 사례가 최근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일 경기 용인시 소재 가정의학과의원 의사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비만이 아닌 환자 24명에게 마약류인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성분 식욕억제제를 치료 목적에서 벗어나 과다·중복 처방하거나, 진료 없이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식약처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BMI가 20 안팎으로 식욕억제제 처방이 불필요한 환자들에게 총 907회에 걸쳐 5만2841정을 처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례는 식욕억제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쓰이는 치료제인 동시에, 외모 강박과 결합할 경우 미용 목적 감량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빠른 감량을 원하는 수요가 커질수록, 전문의약품이 의료적 판단보다 ‘살 빼는 방법’으로 소비될 위험도 커진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나비약'을 두고 온라인에서 불법 유통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구매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이라는 내용의 청소년 대상 경고문까지 배포하고 있으나 '나비약'은 10·20대 사이에서는 처방 없이 SNS에서 불법 유통되는 약을 살 수 있어 입소문을 타왔다. 실제로 입짧은햇님을 통해 '나비약'의 존재가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효과는 확실한 것 같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는 이 현상을 한국식 외모 문화와 미디어 환경이 맞물린 결과로 봤다. 유 교수는 “먹방 유튜버도 시청자들의 ‘그래도 말라 있어야 예쁘다’는 기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들도 그런 몸이 현실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화면 속 인물이 많이 먹으면서도 보기 싫게 살이 찌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그 기대는 출연자에게 사실상 강요된다. 많이 먹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화면 속 몸은 계속 마르고 보기 좋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는 것이다.
유 교수는 “미디어가 외모 규범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기보다 마른 몸을 프로페셔널함과 자기관리의 증명으로 여기는 대중의 욕망과 플랫폼 알고리즘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