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앱마켓만 문제 아냐"…구글·애플 'OS 생태계 봉쇄' 도마 위
입력 2026.05.21 13:15
수정 2026.05.21 13:44
국회 토론회서 모바일 OS 및 클라우드 폐쇄성 비판
EU DMA·데이터법 등 글로벌 규제 부합하는 선제적 제도화 주문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기술 상생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를 위한 상호운용성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구글, 애플 등 독점적 플랫폼 기업의 폐쇄적 모바일 운영체제(OS) 및 생태계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운용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기술 상생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를 위한 상호운용성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국회, 학계, 업계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독점적 행태를 비판하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모바일 OS 장벽 허물어야 '1인 삼성전자' 출현 가능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은 서로 다른 플랫폼·서비스·기기가 막힘 없이 연동돼 함께 작동하는 것을 뜻한다. USB-C 타입 충전 단자 통일이 대표적인 상호운용성의 사례다.
안정상 민주당 정보통신특위 부위원장은 "국내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OS 기술이 공유되지 않고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이용자 편의성·보호 등이 맞물려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제한하는 법을 도입했음에도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류제명 제2차관은 축사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상호운용성으로 거대 플랫폼의 API가 개방되고 데이터 접근이 평등해져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독점적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는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를 원하는 서비스로 옮길 수 있을뿐 아니라 내가 산 기기를 특정 브랜드에 종속(Lock-in)되지 않고 자유롭게 조합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태계 전반에 '상호운용성'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원철 숭실대 교수는 '국내 상호운용성 현안 분석과 법제 개선 방안' 발제에서 "1인 단위의 삼성전자가 나오려면 데이터 접근이나 내 정보를 발전시킬 토대가 있어야 한다. 이 밑바탕이 되는 것이 상호운용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상호운용성은 성공적인 디지털 생태계 위한 필수요소이지만 여러 이유로 폐쇄된 채 운영중"이라며 애플, 구글 두 축이 수직적인 운용성에 치우쳐있다고 지적했다.
EU, 애플·구글 겨냥 전방위 압박… 사전적 입법 조치가 돌파구
이어진 토론에서 송경재 상지대 교수는 "특정 디지털 기술의 락인(종속)은 상호운용성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에 묶어둬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차원이나 기업 차원에서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그 예로 1990년대 애플이 상호운용성을 간과해 IBM 조립식 PC 진영에 밀렸던 하드웨어 실패 사례를 들었다.
반면 성공 사례인 USB-C 타입 보급에 대해 송 교수는 "EU가 단순히 기술 우수성이 아닌 '환경 문제'라는 글로벌 가치로 접근해 빅테크들이 따라오게 만든 성공적인 정책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연동, 공공 행정 서비스에서의 서류 제출 감소 등 효과 측면을 위해 상호운용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정 클라우드, 특정 PC에만 사용되는 서비스는 개방과 공유가 어려워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기술 독점이 심화돼 디지털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해 공공분야에 활용 가능한 상호운용성 개념을 재정의하고, 상호운용성 의제 발굴을 위한 다학문적인 연구반을 운영하며 정부가 글로벌 거버넌스 선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혜신 한동대 교수는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디지털시장법(DMA)과 데이터법(Data Act)의 구체적인 집행 사례를 소개하며 입법 조치 실효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애플을 상대로 진행된 의무사항 지정 절차는 애플이 제 3자 개발자에게 애플 자체 제품과 동등 수준으로 상호운용성을 제공해야 하며 애플이 구축한 기존 절차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구글(알파벳)을 대상으로도 유사한 의무사항 지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안드로이드의 상호운용성 보장 및 구글 검색 데이터의 공정한 공유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조 교수는 "DMA 혹은 데이터법(Data Act)이 취하는 것과 같이 적극적·사전적으로 경쟁자에게 경쟁기회를 제공하고 신규진입 가능성을 열어주는 조치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경쟁제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클라우드마저 장벽 존재…보안·보상 아우른 대안 필요
산업 현장 일선에서도 상호운용성 확보가 혁신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경남 메타넷디지털 상무는 모바일 OS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정보시스템의 민간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도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 상무는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와 계약한 지방자치단체가 계약 종료 후 다른 사업자로 바꾸려 해도 기술적 장벽 때문에 이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특정 고유 PaaS 솔루션에 시스템이 종속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재해 복구(DR) 시에도 제한적 요건을 타파하는 가용성 중심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오픈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공격 표면 확장)과 모든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비스 질이 하락하는 '최소공배수의 한계'를 빅테크들이 우려하고 있는 만큼 이를 아우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최 상무는 공존을 위한 제도화 방안으로 시스템 계층 분리, 제로 트러스트 보안 공동 책임제 표준화, 시장 지배력 기준 '단계적·차등적 규제' 설계, API 제공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 "글로벌 동향·국내 특수성 고려해 단계적 제도 개선 추진"
정부는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의 상생과 혁신, 정보 보호 조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 연구와 입법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남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현재 정책 연구단계에 있음을 밝히며 "개방, 공유가 결국 혁신 동력이 되며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체들끼리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도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인 만큼, 글로벌 동향과의 정합성을 맞추면서도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연구를 위해 전문가 연구반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신승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은 "현재 국내법 체계만으로는 애플, 구글 등 거대 플랫폼의 폐쇄적 OS를 규제할 명확한 수단이 부족하다"면서 "방미통위는 유럽, 미국의 입법 사례를 고려해 플랫폼의 자율적 이용 환경을 고려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제정 이후 사이드 로딩(외부 앱 설치 허용) 등이 상당 부분 진전됐음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