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위로”…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D:현장]
입력 2026.05.19 18:04
수정 2026.05.19 18:04
"귀여운 할머니들 보러 오세요"...이재명 대통령에 러브콜
6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
나이 80이 넘어서야 비로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경북 칠곡마을 할머니들의 투박하지만 진솔한 삶은 지난해 대중에게 따뜻한 위로를 안겼다. 그리고 올해, 한층 더 단단해진 호흡과 깊어진 감동을 장착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다시 관객을 찾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들의 인생 예찬극으로, 실제 문해학교 할머니 학생들의 시 20여 편이 서정적인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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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구옥분, 김아영, 차청화, 박채원, 김나희, 김미려, 허순미, 강하나, 이예지, 강정우, 김지철, 장민수, 하은주, 신진경 등 전 배역의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 속 넘버 ‘우리는 가시나’ ‘첫사랑’ ‘화상’ ‘영감 보고 있소?’ ‘노래자랑’ ‘내 꿈은 가수’ ‘닭’ ‘엄마 시(詩)’ ‘내 마음’ ‘호랭이가 물어갈 년’ ‘내 이름 이분한’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등의 무대를 시연했다.
이번 시즌은 지난해 초연 당시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 연출상, 극본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던 오리지널 캐스트들이 전원 복귀하고, 새로운 뉴 캐스트들이 합류해 호흡을 맞춘다.
시연 이후 질의응답에 나선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현장의 단단한 팀워크를 전했다. 초연에 이어 다시 참여한 김아영은 이번 시즌 준비 과정에 대해 “초연 때는 직접 문예학교에 가서 수업도 들었으나 이번에는 그런 체험 기회는 없었다”면서도 “초연 멤버들이 전체 다 참여한 상황에서 보석 같은 뉴 캐스트 배우분들이 들어와 배우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하게 단합을 위해 술자리도 많이 가졌고, 새로 합류한 김미려, 김나희 배우도 십몇 년 안 사이처럼 성향이 잘 맞았다. 캐릭터와 관계성에 대해 이미 너무 잘 알고 작품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채원은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가장 시작하기 좋은 뮤지컬’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허들이 낮은 작품이라 주변에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뮤지컬에 입문하고 싶은데 어려워하시는 분들에게 소개하기 좋은 작품”이라며 “남녀노소 모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공연을 접하지 않은 분들이 보더라도 ‘공연 보는 게 재미있구나, 또 보고 싶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합류한 뉴 캐스트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인순 역으로 합류한 김미려는 대중에게 비쳐진 모습과의 차이에 대해 “유튜브 등에서 거칠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지만 그것은 열심히 역할에 임했을 뿐”이라며 “기본적인 성향이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역할에 딱일 것 같다며 감사하게 캐스팅해 주셨고, 멤버들이 잘 챙겨주고 작품이 워낙 좋아 어려움 없이 있는 그대로의 저를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춘심 역의 차청화는 “쇼케이스 때부터 제안을 받았던 작품이라 대본을 계속 읽었고, 대큐멘터리 영화와 책도 봤다”며 “모든 가사와 장면 하나하나에 우리 할머니들의 모습이 들어 있어서 허투루 할 수 있는 대사가 없다”고 말했다. 또 “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왔는데 오래 전에 같이 작품을 했던 친구들이 멈추지 않고 성정해서 그 자리에 있어줘서 발맞춰 가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감회를 전했다.
역시 춘심 역으로 합류한 김나희는 “대본과 무대를 봤을 때 5~6년 전 방송을 통해 인연을 맺은 86세 할머니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분은 지금도 플루트를 배우고 시를 쓰며 직접 유튜브 편집을 해 제게 보내주신다”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다가도 ‘이 나이에 내가 뭐 하겠나’라고 생각하던 모습에 반성할 때가 있었는데, 실제로 새로운 것을 배우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칠곡마을 할머니들을 보면서 나이 먹는 게 두렵지 않고 재미있는 일이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창작진은 원작이 가진 진정성과 할머니들의 시가 지닌 힘을 온전히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김하진 극작가는 “원작 에세이와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설렘’이었다.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그 설렘을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작가적 노력을 밝혔다. 또한 “할머니들의 꾸미지 않은 투박한 시각이 담긴 몇 줄의 시가 인생의 모든 것들을 대변하며 사람을 뭉클하게 만든다. 특별히 가공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서 가사 쓰는 데 아주 ‘꿀’이었고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성 작곡가 겸 음악감독은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할머니들의 시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투리를 조금도 고치지 않았다”며 “뮤지컬 가사에 비해 할머니들의 시는 진솔하지만 짧아서 곡을 쓰는 데 어려움은 있었으나, 시를 쓰신 마음을 절대 왜곡하지 말고 그대로 전달하자는 목표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비교적 작은 비중의 캐릭터임에도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의 소회도 공유됐다. 다큐 PD 역의 강정우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작품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무인도처럼, 오지게 재미있는 마을에서 각자의 사연을 보듬어주고 들어주는 ‘남신’ 같은 존재라는 감언이설에 넘어갔다”고 재치 있게 운을 뗐다. 그는 “객관적인 분량의 수치를 떠나 동료들과 부대끼며 공연하는 동안 스스로 참 많이 힐링을 받았다”며 “주변에 이 역할을 노리는 배우들이 많아 절대 놓을 수 없다는 집착이 생겼다. 다큐 PD는 50대에도 할 수 있으니 할머니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꾸준히 참여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특히 이날 질의응답 중 김지철과 김아영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공연 관람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김지철은 “얼마 전 대학로에서 연극 ‘긴긴밤’을 보고 가셨던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님께서 국립극장에서 올리고 있는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을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들이 평생 가족을 위해 살다가 뒤늦게 자기 이름을 쓰고 마음을 시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라며 “대통령님께서 이 공연을 봐주신다면 늦게라도 배우고 꿈꾸는 모든 분들께 응원이 되고, 당신의 삶도 충분히 귀하고 아름답다는 따뜻한 메시지가 전해질 것 같다”고 직접 작성한 글을 낭독했다. 김아영 역시 “‘긴긴밤’에 나오는 펭귄만큼이나 귀여운 할머니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작품이다. 칠곡이라는 작은 지역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가 된다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대통령님이 꼭 오셔서 직접 보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6월 2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