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0억씩 날아간다...삼성 노사정 '막판 수싸움'
입력 2026.05.18 17:23
수정 2026.05.18 18:05
파업 전부터 웜다운 돌입…법원 결정 해석 놓고도 노사 충돌
법원 가처분·정부 긴급조정권 압박에도 노조 "21일 예정대로"
ⓒ데일리안 DB
파업까지 사흘. 손실은 이미 시작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웜다운(warm-down)'에 돌입한 가운데 파업 전 손실이 이미 시작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웜다운은 공장 가동 중단 위기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생산량을 줄이고 설비를 안정 상태로 전환하는 비상 작업이다. 삼성전자는 신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평택캠퍼스 D램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보관함 약 1만5000개를 물류 장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정은 한 번 멈추면 손실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정전이 발생했을 당시 생산라인이 28분간 멈추면서 약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1시간 환산 약 1071억원, 하루로 계산하면 약 2조6000억원 규모다. 1분에 10억원이 넘는 셈이다.
반도체 공장은 자동차 공장이 아니다. 웨이퍼는 공정 초입에 투입된 뒤 수백개 단계를 거쳐 완제품이 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공장이 하루 멈추면 웨이퍼 약 2만2000장, 금액으로 6500억원어치가 폐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간에 인력이 빠지면 이미 투입된 웨이퍼는 폐기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파업이 끝난 뒤에도 손실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나노 단위 공정을 수행하는 수백대의 정밀 장비마다 일일이 정상 작동 여부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총파업 시 손실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직간접 피해와 공급망 신뢰 훼손, 고객 이탈, 라인 재가동 비용, 협력사 손실까지 포함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반도체 공장은 단 하루만 정지돼도 최대 1조원의 직접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핵심 메모리다. 삼성은 2026년 HBM 매출이 2025년 대비 3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업은 HBM 공급 일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과 HP 등 주요 고객사들은 파업 가능성과 대응 계획을 삼성 측에 직접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법원 제동 걸었지만…노조 "그래도 간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수원지법은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파업 기간에도 안전보호시설과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위반 시 하루 1억원씩 부과된다.
결정문 해석을 놓고 노사는 즉각 충돌했다. 노조 측은 "법원이 주말·연휴 인력 기준을 적용해 DS 인력의 약 9%인 7000명 이하만 필수 근무하면 돼 파업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평일에는 평일 인력, 주말에는 주말 인력을 각각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노조가 법원 결정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 측은 "법원 결정을 존중해 21일 예정대로 쟁의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과유불급 물극필반"이라고 적었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이다. 발동되면 즉시 모든 쟁의행위가 중지되고 30일간 재개가 금지된다. 역대 발동 사례는 4건이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2005년 이후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김 총리는 전날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이를 공식 입장으로 확인했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그러나 실제 발동 시 노동계 전반의 거센 반발과 함께 노정 갈등이 전면화되는 정치적 부담도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검이다.
이날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열린 2차 사후조정은 첫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최소 이틀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현재 5~7시 사후조정을 진행 중이며 내일인 19일 오전 10~12시, 오후 2~4시, 5~7시 일정으로 협상할 예정이다.
다만 논의가 길어지면 회의 종료 시각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지난 11~12일 열린 1차 사후조정 역시 자정을 넘겨 이튿날 새벽에야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