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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 와중에도 中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까닭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5.17 07:07
수정 2026.05.17 07:07

中 위안화,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하며 초강세 지속

中 수출 상승세에 이란전에 따른 달러화 질서 균열 조짐

中, 수출 기업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강세 일정부분 용인

위안화 가치상승에 中 수출기업 부담 눈덩이처럼 늘어나


지난달 30일 중국 노동절 연휴(5월1일~5일)를 한국에서 보내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위안화 강세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고공행진하고 벌이고 있다. 중국 수출이 견고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충돌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금융제재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 질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는 바람에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세계 각국들의 움직임까지 더해져 위안화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11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의 기준 환율을 달러당 6.8467위안으로 고시했다. 환율이 떨어지면 통화가치는 올라간다.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는 2023년 2월 15일(달러당 6.8183위안)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수출실적 호조에 따른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국의 1분기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9%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무역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늘어난 3594억 달러(약 539조원), 수입액도 25.3% 증가한 2746억 달러에 달했다.


이 덕분에 이란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탓에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수입액이 크게 뛰었지만 그만큼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량이 급증하며 지난달 무역 흑자 규모는 848억 달러에 달했다. 1∼4월 무역 흑자액(누적)은 3477억 달러로 파악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 달 중국의 대미수출이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대미 수출은 367억 6000만 달러로 미·중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격화했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도 9%가량 늘어난 136억 9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4월 대미수출이 급증한 것은 글로벌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붐 속에 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에 대비해 관련 부품을 비축해두려는 주문이 몰린 점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더욱이 중국산 반도체 패키징(후공정)이나 특정 전자부품을 단기간 내에 동남아시아나 멕시코 등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공급망의 고착화 속에 관세로 가격이 올라도 미국 기업들이 이를 감수하고 구매할 수밖에 없는 품목들이 많은 것이다.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1분기엔 19억 위안의 환차익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오히려 21억 위안의 환손실을 냈다. 사진은 브라질 바이아주에 위치한 비야디 생산공장. ⓒ로이터/연합뉴스

대표적 품목이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기다. 미국 내 AI 인프라 확대로 인한 고성능저장장치(SSD)와 컴퓨터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과 맞물려 중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용 전자부품과 정밀 화학제품, 가전용 부품 등 미국 내 제조업 공급망에 필수적인 중간재들과 희토류 같은 전략물자도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역흑자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11%가량 감소했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66%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통상 무역흑자는 해당 국가 통화가치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추세라면 중국이 3년 연속 연간 1조 달러 안팎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상을 일정 부분 용인함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판공성(潘功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3월 “무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며 위안화의 국경 간 금융 인프라 개선을 약속했다.


여기에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무역 구조를 재조정하고 내수를 확대하려고 하는 복안도 깔려 있다. 미툴 코테차 바클레이스 전략가는 “중국은 주요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화가치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소폭 강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당국이 가파른 절상 속도에는 제동을 걸지만 방향성 자체는 비교적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란전쟁을 계기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까지 더해져 위안화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위안화를 활용한 국제결제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결제시스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위안화가 국제결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한 3.1%를 기록했다. 유로화와 엔화, 파운드화 등의 결제 비중이 낮아진 가운데 위안화와 달러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차량들. ⓒ AFP/연합뉴스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상하이(上海)통화포럼에서 현재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황금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책이 달러화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의 상품무역 흑자 확대, 위안화의 단계적 절상 압력, 자본 회귀 흐름 등이 위안화 국제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약세에 대한 반사적 효과도 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독립성 논란 등으로 달러화 자산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올해 초 119.61에서 14일 99.04까지 곤두박질쳤다.


다만 가파른 위안화 가치상승에 중국 수출 기업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수록 국제화 추진에는 유리하지만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화 매출을 위안화로 환산할 때 환차손이 발생한다.


환율 부담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일부 업종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比亞迪·BYD)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엔 19억 위안(약 4185억원)의 환차익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오히려 21억 위안의 환손실을 냈다. 광모듈 제조업체 신이성(新易盛·Eoptolink)은 환손실 영향으로 금융비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78% 급증한 5억 2200만 위안에 달했다. 건설기계 제조업체 싼이(三一)중기도 올 1분기 8억 위안 규모의 환율 관련 손실을 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선 위안화 강세가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동오(東吳)증권은 “중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더 이상 단순한 가격 우위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술 역량에 기반하고 있다”며 “국경 간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국 수출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과거보다 덜 민감해졌다”고 설명했다.


ⓒ 자료: 중국 인민은행

중국 수출 기업들의 대응도 고도화하고 있다. 대형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선물환 계약과 옵션 등을 통해 큰 폭의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재신(財新)은 “위안화 절상이 장기화하고 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출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 능력은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안화 강세는 중국에 기회이자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20% 이상 저평가됐다며 향후 1년간 추가 절상을 예상하는 환율 전망치를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카마크샤 트리베디 등 전략가들은 지난 8일 노트를 통해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3개월 후 달러당 6.80위안, 6개월 후 6.70위안, 1년 후 6.50위안으로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6.85위안, 6.80위안, 6.70위안)에서 일제히 낮춘 것이다. 세레나 저우 미즈호증권 아시아 중국 전략가는 “중동 정세 개선 기대가 아시아 시장 심리를 끌어올리며 위안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위안화 가치가 올해 2분기 달러당 6.80위안, 연말에는 6.65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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