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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팔 비트는 정부…‘교각살우’식 포용금융 [기자수첩-금융증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5.18 07:05
수정 2026.05.18 07:05

시장 원칙 무력화시키는 포용금융

서민 지원 명분, 금융 체력 깎아먹을라

고신용자 ‘역차별’, 도덕적 해이 우려↑

'포용금융'을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권을 향한 발언 수위가 올해 들어 한층 세진 모습이다.ⓒ뉴시스

정부가 내세운 ‘포용금융’이 당초 정책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금융권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취약차주를 지원하고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단 목적은 사라지고 금융권을 향한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금융권을 향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선 그 수위가 한층 더 세졌다.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같다. 고신용자에게 0.1%라도 더 부담시켜 금융 접근이 어려운 사람에게 싸게 빌려주면 안 되냐.”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그것이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


“20년 전 카드사태 당시 채권을 매입해서 아직도 추심을 하다니,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


“금융은 민간 영업의 형태를 띠지만 국가의 발권력과 독과점적 인허가에 기반한 준공공사업이니 그만큼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고신용자에게 저금리 혜택을 부여하고 중저신용자, 금융취약계층에 고금리를 적용하고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민금융, 포용금융을 정착시키겠단 정부의 강한 의지와 진정성은 충분히 느껴진다.


하지만 그 방식이 시장 원칙을 정면으로 허무는 수준이라면, 이는 포용이 아닌 파괴다.


정부의 ‘유언의 압박’을 바라보는 금융권과 시장 수요자들은 혼란스럽다.


이제껏 상식으로 받아들인 ‘리스크에 따른 가격 결정’이란 금융의 기본 원칙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식은 보유 자금이 여유롭지 않음에도, 자금이 절실함에도 원칙에 따라 다달이 원리금을 상환해 온 성실차주,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시장 안팎으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갚지 못해도 버티면 정부가 그 빚을 탕감해준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중저신용자의 심사 문턱이 더 높고 고금리가 적용되는 건 은행이 이자 장사에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서다.


은행은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금융기관이지 자선사업을 하는 단체가 아니다.


오랜 시간 시장 원리에 따라 설계된 금융시스템을 잘못 건드렸다가 부실이 터지면, 그 책임도 고신용자, 성실차주의 몫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금융권 전체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전체의 혈세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금융사들은 정부 기조에 발맞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대 금융지주는 올 1분기 포용금융으로 약 5조7000억원을 공급했다. 연간 목표치의 43%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리 인하, 이자 환급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공헌도 전개한다.


진정한 포용금융은 금융사의 팔을 비틀어 저리에 돈을 빌려주는 단순한 접근으로 달성할 수 없다.


기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면서도 금융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활용해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시장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금융취약계층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제라도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베려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가 죽는다. ‘선의’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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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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