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집단대출’부터 줄인 은행…실수요자만 ‘희생양’
입력 2026.05.15 07:08
수정 2026.05.15 07:08
올 1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줄줄이 ‘축소’
정부 규제에 ‘눈치’…집단대출 감소폭 두드러져
대출 절벽 내몰려 가계부채 질 ‘악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은행들이 집단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더 커진 모습이다.ⓒ연합뉴스
정부 규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면서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비교적 총량 관리에 용이한 집단대출부터 줄여나가면서 당장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의 올 1분기 가계대출 규모가 모두 축소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말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6조4439억원 줄었다.
당초 가계대출 목표치를 8266억~9092억원 수준으로 설정했으나, 모두 목표치 대비 실적이 크게 밑돌았다.
은행별 감소폭을 보면 KB국민은행이 1조6143억원 줄었고, 신한은행(-1조5896억원), 하나은행(-1조5402억원), NH농협은행(-1조3551억원), 우리은행(-344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에서도 단위가 큰 집단대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금융위원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 자체 주담대 가운데 집단대출은 올 1월 2조원가량 줄어든 데 이어 2월 1조8000억원 감소했고, 3월 들어 1조원 더 축소됐다.
올 들어 집단대출에서만 4조800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는 지난 4월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가 확정되기 이전에 은행들이 알아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단위가 큰 중도금 및 이주비 대출 심사를 바짝 조였기 때문이다.
특히 2금융권 중도금대출 등이 우선적으로 막히면서 그 여파가 1금융권까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 절벽으로 내몰리는 건 실수요자다. 재건축이나 신규 분양 단지 입주를 앞둔 수요자들은 당장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고금리 신용대출로 내몰릴 우려가 커졌다.
한 재건축 조합원은 “강남, 서초 등 서울 핵심지에 있는 단지들은 건설사들이 각종 금융 조건을 내걸고 분담금 부담을 낮춰 주겠다고 나서니 대안이라도 세울 수 있지만, 외곽으로만 빠져도 답이 없다”며 “당장 부족한 돈을 구하려면 카드론까지 알아봐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수치상으론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뤄지는 듯 보이지만,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외려 실수요자의 가계대출 질을 악화할 수 있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부동산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했지만, 실상은 칼로 베듯 나눌 수가 없는 문제”라며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가계부채 관리 사이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