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입력 2026.05.13 20:50
수정 2026.05.13 22:13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밤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2박 3일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14일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 정상이 베이징에서 마주 앉는 것은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11월 이후 8년반 만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이란전쟁이라는 글로벌 위기와 미·중 패권 경쟁이 맞물린 시점에서 이뤄지는 빅 이벤트인 만큼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말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회담은 관세전쟁 확전을 막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회담은 이란전쟁이라는 글로벌 의제를 둘러싼 미·중 세계질서 주도권 경쟁의 무대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정상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종전의 출구가 잘 안 보이는 이란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이란전쟁을 끝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무산돼 복잡해진 중동문제를 안고 시 주석과 마주 앉게 됐다. 중국으로서도 이란전쟁은 중대 이슈다. 중국 원유 수입 물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 장기화하면 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직전 이란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과 장시간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가 “이란이 논의대상 중 하나라고는 하지 않겠다”며 말을 바꿨다. 중국이 이란 문제를 협상 카드로 삼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다음은 휘발성이 큰 이슈로 꼽히는 대만 문제다. 미국은 그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의 지위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시 주석은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 표명, 대중국 관세 완화, 첨단기술 수출통제 일부 해제 등을 의제로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일보는 이날 “미국이 최근 몇 년간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을 일방적으로 일으키고, 국가안보 개념을 일반화하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엄격한 통제 조치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다소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입지를 활용해 대만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에서 실질적 양보를 얻어내기를 원한다. 종전 중재 카드를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에 대만 무기판매 제한 등을 요구하며 전략적 이익 극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또 하나의 주요 의제는 무역합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직전 취재진에 “시 주석과 많은 사안을 논의하겠지만 무엇보다 무역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기 취임 직후 145%의 대중(對中) 관세 및 첨단기술 수출 통제,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각각 주고 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여 온 미·중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 휴전’에 들어간 상태다.
그동안 맺은 대규모 무역합의를 자신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의 성과로 과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인 투자 약속이나 수입확대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대규모 대미투자 유치와 무역합의 성과로, 상호관세 패소 판결과 이란 전쟁이 부른 국내 정치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모멘텀으로 삼고자 한다. 더욱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가 절실한 만큼 숫자로 확인 가능한 구매 확대와 시장접근 개선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 30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후 퇴장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를 미국 측이 원하는 ‘5B’와 중국 측이 중시하는 ‘3T’로 요약했다. 5B는 보잉(Boeing)과 쇠고기(Beef), 대두(Beans),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를 뜻한다. 3T는 대만(Taiwan)과 관세(Tariff), 기술(Technology)을 뜻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빅딜’보다 충돌을 막고 당장 필요한 경제성과를 주고받는 부분 합의, 즉 ‘스몰딜’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콩 성도일보는 “양국은 관계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며,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주요 목표일 것”이라며 “양측이 양자 소통 메커니즘 재개, 관세 추가 인상 유예, 상품 구매와 시장 접근, 산업망 안정 등에서 단계적 공감대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