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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만도 못한 아기 진료비…소아의료, 더는 버틸 수 없다"[인터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4.30 06:00
수정 2026.04.30 06:00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인터뷰

소아청소년과 5년간 662곳 폐업…전공의 지원도 ‘한 자릿수’

성인 기준 급여체계 한계 지적…“독립 수가·법적 근거 필요”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이 4월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어린이의 진료는 성인 진료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아이를 위한 제도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아의료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응급실을 전전하지 않고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소아의료는 그동안 이례적인 성과를 내 왔다. 영아 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명대로 신생아 안전에서 OECD 최소 수준이며, 초미숙아 생존율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시기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헌신은 K-방역의 핵심 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 뒤에서 인프라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 662곳이 폐업했고, 전공의 지원율은 한 자릿수에 머무는 대표적인 기피과가 됐다는 것. 그는 “K-소아의료의 빛은 누군가가 만들어준 선물이 아니다. 소아청소년 의료진의 헌신이 30년, 40년 쌓여 만든 결과물”이라며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잣대가 경고음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의 핵심으로는 ‘성인 중심 제도’를 꼽았다. 최 회장은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 있어 신체 변화가 빠르고,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기도 어렵다”며 “같은 검사와 치료도 체중과 연령에 따라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사실상 성인 기준 하나로 운영되고 있어, 이를 벗어나면 부당청구로 간주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는 “문제는 현장 인력이 아니라 잘못된 고시와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수가 구조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소아 진료비가 반려동물 진료비보다 낮은 사례가 실제 존재한다”며 “말 못 하는 아기를 진료하기 위해 투입되는 노력과 위험이 강아지 엑스레이 비용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쪽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의료 가치가 합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어린이병원 신설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다. 그는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새 병원을 지어도 이를 채울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기존 지역 병원의 인력이 이동하면서 지역 소아의료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기존 의료기관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입법 환경과 관련해서는 혼합진료 규제와 형사 리스크를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소아 진료는 불확실성이 큰 영역인데 결과 중심의 형사 책임이 적용되고 있다”며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어떤 정책도 의료진을 현장에 붙잡아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으로 ▲소아 독립 건강보험 급여 기준 신설 ▲소아 진료 수가 및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 ▲보건복지부 내 전담 조직 신설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문제는 모두 성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책은 반복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어린이날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1년 365일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못된 기준을 바로잡아 아이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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