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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팹리스, 기술 데모 넘어 '실매출' 증명 나선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4.14 14:58
수정 2026.04.14 14:58

피지컬 AI 확산에 개념검증(PoC) 중심 구조 변화

딥엑스, 양산 7개월 만 30건 계약 확보

삼성 2나노·IPO로 시스템반도체 선순환 주목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14일 판교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임채현 기자

국내 AI 반도체(팹리스) 업계가 오랜 기술 검증(PoC) 단계를 지나 실질 매출을 증명하는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중심의 AI 투자 흐름이 로봇·스마트팩토리·산업용 카메라·방산 등 '피지컬 AI'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동안 개념검증과 데모 중심에 머물렀던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본격적인 상업화 국면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는 첫 양산 제품 DX-M1 출시 7개월 만에 30건 이상의 글로벌 양산 계약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바이두를 포함해 로봇·스마트팩토리·드론·스마트시티 등 8개 핵심 산업군에서 공급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이날 제시한 누적 구매주문(PO) 규모는 약 660만달러 수준이며, 올해 총매출은 4000만달러, 제품 매출은 2500만달러 이상을 내부 목표로 제시했다.


핵심은 개별 회사 실적보다 생태계 구조 변화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기술력과 특허, 기술검증(PoC) 성과는 적지 않았지만 실제 양산 매출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았다. 고객사 검증 이후 양산 발주까지 통상 1년 이상이 걸리고, 그 사이 후속 투자와 운영 자금이 막히며 상업화가 지연되는 구조가 반복돼왔다. 업계에서 '기술은 있지만 돈이 안 되는 산업'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던 이유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14일 판교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GPU 수준의 연산을 수행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낮춘 자사의 초저전력 칩 'DX-M1'의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버터 데모'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임채현 기자

하지만 최근 AI 연산 수요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 밖 실제 물리적 기기로 이동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로봇과 자율이동체, 산업 자동화 장비, 지능형 카메라는 GPU 기반 고전력 구조로는 발열과 전기료, 배터리 지속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평균 2~3W 수준 초저전력으로 AI 추론을 수행하는 엣지용 NPU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딥엑스 역시 비교 대상과 워크로드에 따라 GPU 대비 수배에서 최대 20배 수준의 전력 효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딥엑스 사례는 이 변화의 상징적 단면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과 공동 개발한 AI 컴퓨팅 솔루션은 배송 로봇 '달이(DAL-e)'와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에 올해 말부터 양산 적용될 예정이다. 중국 바이두 역시 OCR 카메라와 데이터 파서 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군에 딥엑스 칩 도입을 확정하며 초도 물량을 발주했다. PoC 단계에서 실제 양산 발주로 넘어간 고객 레퍼런스가 확보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업화는 후속 투자와 첨단 공정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딥엑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DX-M2를 2027년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다.자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검증 비용과 마스크 비용이 급증하는 만큼, 실매출 기반이 확보돼야만 후속 칩 개발과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회사는 현재 신규 투자 유치와 함께 IFRS 전환, 지정감사 등 국내 상장 사전 준비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을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 메모리 중심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비메모리 생태계가 AI 엣지와 피지컬 AI 확산을 계기로 처음으로 의미 있는 매출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실매출이 후속 투자와 첨단 공정, 상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자리잡을 경우 국내 팹리스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엑스는 자사 제품의 가격, 전성비, 특허, 생태계, 양산력 등 총 5가지의 강점을 엮어 피지컬 AI 시장의 주도권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엔비디아가 GPU와 CUDA로 AI의 길을 닦았다면 딥엑스는 DX-M1과 DX-M2, DX-뉴턴으로 피지컬 AI의 길을 닦겠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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