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가 올리고 베트남 증설…삼성전기, AI 기판 슈퍼사이클 베팅
입력 2026.04.15 10:53
수정 2026.04.15 10:53
FC-BGA 판가 인상 이어 베트남 1.8조 증설
서버용 수요 생산능력 50% 초과
빅테크 수주 확대 속 기판 주도권 강화
삼성전기 고성능 반도체 기판 '플립 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용 핵심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가격 인상에 이어 베트남 생산거점 대규모 증설까지 단행하며 고부가 반도체 기판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고사양 FC-BGA 판가를 올린 데 이어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추가 투자까지 확정되면서, AI 기판 시장이 본격적인 공급자 우위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FC-BGA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으로부터 AI용 FC-BGA 생산 투자 등록 증명서도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규모는 2013년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 당시 투자금과 맞먹는 수준으로, 삼성전기가 현지 생산기지를 단순 해외 공장을 넘어 AI 기판 핵심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증설의 배경에는 최근 단행한 FC-BGA 판가 인상이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일부 FC-BGA 제품군 가격을 인상하며 원재료 부담을 반영하는 동시에 AI 서버용 고사양 기판 중심의 가격 협상력을 확인했다.
증권가도 수급 불균형을 반영해 삼성전기의 FC-BGA 평균판매가격(ASP)을 상향 조정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단기간 내 증설이 쉽지 않은 구조여서, 가격 인상 뒤에도 고객 이탈보다 공급 부족 해소가 더 큰 과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FC-BGA는 GPU와 AI 가속기, 서버용 CPU 등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HPC)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고다층·대면적 제품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의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 보완 투자를 하고 일부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HPC)용 반도체가 고도화될수록 기판 층수와 면적이 커지고, 같은 라인에서도 생산 가능한 장수가 줄어드는 만큼 실질 공급능력은 더 빠르게 잠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기 입장에선 이번 사이클이 단순 물량 확대를 넘어 수익성 개선 구간이다. 가격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베트남 증설분이 본격 반영되면 AI 서버용 고부가 기판 비중이 커지면서 믹스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가 이번에 가격과 생산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투트랙 전략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급 부족이 구조화된 시장에서만 가능한 행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증설은 경쟁 구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재 FC-BGA 시장은 일본·대만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AI 서버용 고부가 기판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실제로 고객 저변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엔비디아 최신 칩 '그록3 LPU'용 FC-BGA 공급을 맡아 올 2분기 양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증설은 단순 수요 대응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캐파 경쟁 성격도 짙다. 특히 AI 서버용 기판은 한 번 공급망에 안착하면 장기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이번 증설분 확보 여부가 중장기 고객 포트폴리오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기의 FC-BGA는 현재 베트남과 부산 사업장 두 곳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2024년부터 베트남 현지 양산이 시작됐다. 반도체 패키지 생산시설 가동률은 지난해 70%로 전년보다 약 5%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가격 인상과 기존 라인 가동률 상승이 이번 추가 증설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