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신용평가 ‘성장성 반영’ 시동…현장선 “금리·한도 영향 제한적”
입력 2026.04.13 07:04
수정 2026.04.13 07:04
성장등급 도입에도 내부 신용등급·PD 반영은 미미
은행권 “금리·한도 일부 조정 수준…승인율 변화 크지 않을 것”
시범운영 후 고도화 예정…현장 적용 수준이 성패 좌우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3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T/F 회의에서 그간 신용평가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해 온 민간 전문가, 관계 기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 소상공인 관련 금융정책 수요자와 현장 여신 담당자 등과 함께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 도입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대출심사에 ‘성장성’을 반영하는 신용평가모형(SCB)을 도입하지만, 실제 대출 승인이나 금리·한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금융권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7개 은행을 중심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SCB는 기존 연체·대출이력 중심의 신용등급(CB)에 더해 매출, 상권, 고객 유입 등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등급(S)’을 산출하고 이를 결합하는 구조다.
성장등급은 매출 증가율, 업종 내 평균 대비 매출 수준, 상권 내 경쟁력, 거래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산출되며, 여기에 정성 평가를 더해 최종 등급이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성장성이 높은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금리·한도 우대 등 금융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SCB가 기존 심사 구조를 대체하기보다 보조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한 은행은 “SCB 등급은 내부 신용등급에 직접 반영되지 않으며, PD(부도확률)나 LGD(부도 시 손실률) 등 핵심 리스크 지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효과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은 SCB를 금리·한도 산정에 일부 반영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성장등급이 높은 차주에 대해 우대 조건을 적용하는 ‘오버라이딩(기존 신용평가 결과를 보완해 금리·한도를 조정하는 방식)’ 방식으로 활용하되, 기존 심사 체계를 대체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승인율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적용 범위 역시 제한적이다. 해당 은행은 개인사업자 신규대출 심사에 SCB를 적용할 예정이며, 기존 대출 전반으로 확대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담보가 없는 차주라도 성장등급과 기존 신용평가 결과가 모두 양호한 경우에는 대출 승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기존 신용평가를 전제로 한 보완적 판단에 가깝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기업·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제주은행 등 7개 은행이 약 1조8000억원 규모 대출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2027년에는 결과를 바탕으로 모델을 고도화한다. 2028년부터는 전 금융권으로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체계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여신 의사결정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성 평가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결국 내부등급과 리스크 지표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체감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초기에는 금리나 한도 일부 조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SCB 도입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기존 담보·과거 실적 중심의 보수적 심사 구조로는 초기 성장 단계 소상공인의 신용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에는 내부등급이나 리스크 지표 반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데이터가 축적되고 모형이 고도화되면 점차 심사 체계에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시범운영은 결국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