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만 받고 넘기고 싶다"…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에 문 닫을 채비 하는 주유소
입력 2026.04.10 14:53
수정 2026.04.10 14:53
3차 석유 최고가 동결에 자영 주유소 경영 위기 심화
가격 이중 구조 속 매출 급감과 고객 이탈
ℓ당 50원 마진에 카드 수수료와 이자 부담 가중
재고 관리 한계로 인한 영업시간 단축과 휴업
서울 시내 한 주유소가 영업을 중단한 채 불이 꺼져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정부가 10일부터 2주간 적용될 3차 석유 제품 최고가격을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하며 민생 경제 안정에 나섰으나 현장의 일부 자영 주유소들은 경영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격 통제 속에서 수익 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주말 문을 닫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자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주말 휴업이나 조기 영업 종료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해 비상시 정부가 석유 제품의 판매 가격 상한선을 강제로 설정하는 제도다. 올해 들어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격히 변동하자 정부는 지난달 13일 1차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이후 유가 상승세를 반영해 지난달 27일 2차 시행에서는 1934원으로 상한을 높였으며 이번 10일 발표된 3차 조치는 이를 다시 동결한 상태다.
하지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자영 주유소 간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며 경영난이 심화됐다.
실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유소는 자영 매입가가 ℓ당 1934원인 반면 인근 직영 판매가는 1788원에 형성되면서 하루 판매량이 절반 이상 급감해 경매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천 연수구의 또 다른 주유소 역시 인근 직영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 이상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로 매출 급감과 세차 손님 이탈 등의 피해를 입어 직원의 무급 휴가나 퇴직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충남 소재 한 자영 주유소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판매량이 약 30% 줄고 단골 화물차 고객 이탈까지 겹치며 경영 압박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업장은 담보대출 이자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충주의 한 주유소 운영자는 매출 감소와 거래처 이탈로 문을 닫기 직전이라며 "땅값만 받고 주유소를 팔고 싶다"라고 절규하며 극심한 자금 회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충북 청주의 한 알뜰 주유소도 직영 주유소의 저가 판매로 비싸게 판다는 오해를 받으며 매출이 줄어들자 부족한 운영 자금을 메우기 위해 개인 대출까지 받아 유류를 구매하는 실정이다.
기름을 들여오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판매가 완료되면 다시 사 오는 식으로 재고를 관리하다 보니 일시적인 품절에 따른 영업 중단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 구조 악화로 인한 금융 부담 가중과 자금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몬 현재 ℓ당 판매 마진은 약 50원 수준으로 업계가 보는 적정 마진인 100원에서 15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마진이 50원 수준인데 카드 수수료가 30원이고 인건비와 금융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다"라며 "한 달 내내 이 수준이 유지되면서 대부분 자영 주유소가 적자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고 관리를 위해 판매 물량을 조절하다 보니 주말에는 아예 문을 안 여는 주유소들도 늘어났다"라며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판매를 조절해 대응하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