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정책] 탈화석연는 선택 아닌 생존…'원전+신재생' 원팀 전략 필요
입력 2026.04.10 15:00
수정 2026.04.10 15:00
중동 전운에 호르무즈 긴장 고조
화석연료 변동성 직격탄
기저 전원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병행 필요성 부각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2호기(오른쪽 두번째)와 영구 정지 8년 만인 지난 6월 해체가 결정된 고리원전 1호기(맨 오른쪽) 모습.ⓒ뉴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과 공급망 위기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이스라엘-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뒤흔드는 '퍼펙트 스톰'으로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이번 사태는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 시켰다.
이번 전쟁으로 국제 유가는 10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 한국 수입 원유의 약 6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기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동 쇼크를 반영해 한국의 2026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한국의 성장률은 0.8%포인트(p) 하락하고 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주력인 한국의 구조상 원가 부담 급증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핵심 전략으로는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를 결합한 ‘원팀(One-Team)’ 전략이 꼽힌다. 원자력 발전은 외부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에너지 안보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고유가 상황에서 저렴한 전력을 산업계에 공급함으로써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핵심 엔진이 된다는 평가다.
충북혁신도시 태양광 발전시설.ⓒ뉴시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연료 수입이 필요 없는 '국산 에너지'로서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롭다는 강점을 가진다.
최근 ESS(에너지 저장 장치)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고질적 문제였던 간헐성이 보완되면서,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제 탈화석연료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의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실질적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 역시 원전의 안정적인 기저 부하 담당과 신재생 에너지의 유연한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 믹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발 퍼펙트스톰이 몰아치는 지금이야말로 에너지 독립을 위한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이라며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를 이분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