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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칸 경쟁 부문 초청받은 한국 영화, 국제 위상 다시 올라갈까 [D:이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4.11 08:17
수정 2026.04.11 08:17

나홍진 감독, 연출작 모두 칸 초청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이후 4년 만에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 경쟁 무대에 복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쟁·비경쟁·주목할 만한 시선 등 주요 공식 부문 어디에도 한국 장편영화가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전면 공백'을 겪었다는 점에서, 이번 복귀는 반갑다.


한국 영화와 칸의 인연은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시작됐다. 이후 한국 영화는 꾸준히 존재감을 쌓아왔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박쥐'(심사위원상), '헤어질 결심'(감독상)으로 세 차례 트로피를 들었다.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으며, 전도연('밀양')과 송강호('브로커')는 각각 여우·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 부문에서도 한국의 이름을 새겼다.


나홍진 감독 개인에게도 이번 초청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데뷔작 '추격자'(2008년 미드나잇 스크리닝), '황해'(2011년 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2016년 비경쟁)에 이어 '호프'로 경쟁부문까지 오르며, 장편 연출작 전부가 칸에 초청되는 기록을 세웠다. 비경쟁에서 시작해 쌓아온 신뢰가 누적된 결과다. 초청 과정 자체도 눈길을 끈다. '호프'는 후반 작업이 길어지며 칸영화제 출품 마감일까지 편집본을 넘기는 것이 빠듯한 상황이었지만 칸 측이 제출 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 초청 의사를 밝혔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가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이 정도의 구애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호프'를 향한 국제적 관심의 온도를 짐작케 한다.


이 복귀는 현재 산업 상황과 맞물릴 때 더욱 선명해진다.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는 관객 감소, 투자 위축, OTT 중심 소비 확대 속에서 위기라는 진단을 거듭 받아왔다. 제작 편수가 줄고 중간 규모 영화가 자취를 감추는 사이, 산업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우려도 깊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매년 전 세계 20편 내외만 선정되는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통할 창작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이번 결과가 한 작품에 그치지 않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고,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한국 감독들이 출품·상영·심사 각각의 자리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한국인 최초의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 담론의 변방이 아닌 중심부에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곧바로 산업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칸 초청은 작품성과 감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그 영향이 흥행으로 인한 시장 개선으로 직결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는 기대감이 깔린다. 나홍진은 '추격자'(504만)와 '곡성'(687만)으로 작품성과 흥행을 함께 입증한 감독이고, 연상호 역시 '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두 감독 모두 상업영화의 문법 안에서 대중성을 확보해온 만큼, 칸에서 형성된 화제성이 실제 극장 흥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다.


이 같은 점에서 이번 결과는 단순한 초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칸 국제영화제 무대에 다시 선 한국 영화가 성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낭보를 전하며 다시 한 번 세계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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