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 안세영…아시아 정복까지 세 걸음 남았다
입력 2026.04.09 22:32
수정 2026.04.09 22:32
아시아선수권 16강 가볍게 통과, 생애 첫 우승 도전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도 무난하게 8강행 티켓
안세영. ⓒ AP=뉴시스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절대 강자’ 안세영(삼성생명)이 아시아 정상을 향한 거침없는 진격을 이어갔다.
안세영은 9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베트남의 응우옌투이린(세계 26위)을 세트 스코어 2-0(21-7 21-6)으로 가볍게 돌려세우고 8강에 안착했다. 이제 우승까지는 단 세 걸음만 남겨둔 안세영이다.
경기는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벽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세계 랭킹 1위의 위엄은 점수 차만큼이나 압도적이었다. 안세영은 첫 게임 시작과 동시에 상대를 구석구석 찌르는 정교한 스트로크와 빈틈없는 수비로 기선을 제압했다. 단 한 차례의 역전도, 동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 운영이었다.
두 번째 게임 역시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상대의 허점을 정확히 공략했고, 단 30분 만에 경기를 매듭지었다. 코트 위에서 안세영은 마치 상대의 움직임을 모두 읽고 있는 듯한 여유로운 모습으로 닝보를 찾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안세영에게 이번 대회는 그 어떤 월드투어 대회보다 간절하다. 이미 배드민턴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대업을 달성한 그에게 아시아선수권은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던 미정복 고지이기 때문이다.
BWF 월드투어 슈퍼 1000급에 해당하는 아시아선수권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세계 최강권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미니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난도가 높다. 안세영은 2022년 동메달, 2023년 은메달을 따내며 정상의 문턱까지 갔으나 고비를 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년간은 부상 여파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출전 자체를 포기해야 했던 아픔이 있다.
2026년의 안세영은 건강하다. 부상 트라우마를 완전히 털어낸 듯한 가벼운 몸놀림은 이번 대회 우승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아시아 정상에 올라 그랜드슬램의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안세영의 의지가 코트 위에서 투지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안세영. ⓒ AP=뉴시스
남자 복식의 희망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 조 역시 무난하게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세계 랭킹 1위인 서승재-김원호 조는 16강에서 싱가포르의 엥킷 웨슬리 코-구보 준스케 조(46위)를 2-0(21-12 25-23)으로 꺾었다.
첫 게임은 완승이었다. 한 번의 리드도 내주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여 21-12로 가져왔다. 문제는 두 번째 게임이었다. 중반 이후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역전을 허용했고, 18-20으로 밀리며 게임 포인트를 내주는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서승재와 김원호는 침착하게 추격을 시작했고, 연속 3득점으로 승부를 듀스까지 끌고 갔다. 네 차례나 이어진 피 말리는 듀스 접전에서 두 선수는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결국 25-23 승리를 따냈다. 고비 때마다 터진 서승재의 강력한 스매싱과 김원호의 영리한 네트 플레이가 조화를 이룬 결과였다.
다른 태극전사들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여자 단식의 심유진(인천국제공항)은 전날 세계 5위 한웨(중국)를 잡은 이변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16강에서 말레이시아의 렛샤나를 2-0으로 완파하며 8강에 합류, 안세영과 함께 여자 단식 동반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혼합복식 김재현-장하정 조와 남자복식 강민혁-기동주 조 역시 8강 진출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여자복식 세계 3위 백하나-이소희 조는 인도네시아 조에 0-2로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또한 여자 단식 김가은도 16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